성추행 논란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했던 시인 고은(90)이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과 대담집을 출간했습니다. 성추문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가 없는 공식적인 문단 복귀로 읽히는 행보여서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9일 문단계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동시에 출간했습니다.
출판사인 실천문학사는 시집에 대해 "전 지구적 시인 고은의 신작 시집"이라며 "2023년 새해 시인의 등단 65주년을 맞아 출간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시의 깊이는 더해지고 시의 감수성은 처음 그대로인 목소리로 강렬하고도 은근하게 속삭인다"는 소개글을 덧붙였습니다.
고은 시인은 시집 '무의 노래' 작가의 말을 통해 "시집 '초혼'과 '어느 날'이 나온 뒤로 5년"이라며 "거의 연중무휴로 시의 시간을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낸 시집과 대담집에는 성추행 사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습니다.
앞서 고은 시인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의 성추행 폭로 이후 모든 문학 활동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최 시인은 2017년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서 고은 시인은 'En'으로 지칭하며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 괴물을 잡아야 하나"라고 적었습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적을 묘사한 시 '괴물'을 게재한 겁니다.
이후 2018년 2월에는 언론을 통해 지난 1990년대 종로의 한 술집에서 고은 시인의 성추행 목격담을 실명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고은 시인은 최 시인과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대법원 상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고은 시인은 2018년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보낸 성명서에서 "상습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한다"며 "나는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