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10일 제주 당원 교육 일정, 돌연 취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3월 8일 열릴 전당대회와 관련해 친윤계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 전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되니 이제 자기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며 "사실 애초에 축구가 아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당대회 룰을 기존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에서 당원으로만 이뤄진 선거인단 투표 100%로 바꾼 것을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당 대표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는 대통령실을 비판한 겁니다.
나 부위원장과 대통령실은 '출산시 대출 탕감'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불편한 관계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신혼자금 대출과 출산을 연계해 출산 시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정책의 구상을 밝힌 건 나 부위원장 쪽입니다.
지난 5일 나 부위원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출산과 연계해 이자를 낮추는 게 있는데, 이것보다는 좀 더 과감한 정책, 일종의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탕감할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 (관계부처와) 정책적으로 정리하고 검토·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발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나 부위원장의 어제 기자간담회 이후 질의가 많이 들어와서 상황 알려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개인의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정부 부처나 관련 위원회의 장의 언급을 직접 반박하는 브리핑을 연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안 수석의 브리핑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에서 나 부위원장의 당 대표 불출마 시그널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안 수석이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했는데도 나 부위원장이 또다시 정책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한 겁니다.
나 부위원장을 해촉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10일로 예정됐던 나 부위원장의 제주 당원 교육 일정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제주도당 측은 나 부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불편한 관계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당원 교육이 이뤄지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