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야 제 맛, 면역력은 쑥!
역대급 한파에 온몸이 얼어붙을 지경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게 언감생심이지만, 딱 이 시기에 맛봐야 할 제철 진미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철 먹거리로 만들어 떨어진 면역력까지 올려주는 보양식이 있다. 낭만의 겨울여행에 맛을 더하는 즐거운 미식여행을 소개한다.옥천 생선국수
산 좋고 물 맑은 옥천에 가면 생선국수가 있다. 쏘가리, 메기, 붕어 등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를 뼈째로 푹 고아낸 진한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흔히 아는 어죽에 밥 대신 국수를 넣었다고 봐도 된다. 몸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속이 확 풀릴 정도로 뜨겁고 얼큰한 생선국수는 추위를 날려버림과 동시에 속까지 보할 수 있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시원하면서도 부담이 없어 속풀이로도 제격이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이 풍부해서 떨어진 면역력을 올려주는 데도 이만한 음식이 없다. 물 맑은 금강과 대청호를 끼고 있는 옥천의 별미로 청산면 중심 거리에는 ‘생선국수의 원조라 불리는 60년 전통의 선광집을 비롯, 찐한식당, 금강식당, 청양회관, 뿌리생선국수, 청산생선국수, 칠보국시, 청산추어탕 등 생선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생선국수란 이름은 같지만 각각의 식당마다 고유의 재료와 맛을 제공한다. 또 하나의 보양 별미도 있다. 옥천의 향토 음식으로, 물 맑은 금강에서 잡아 올린 손가락 크기의 민물생선을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담아 기름에 튀긴 후 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조려내는데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장흥 매생이국
(사진 장흥군청)11
장흥은 겨울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의 억새와, 편백숲 우드랜드 등 건강과 휴양에 최적화된 웰니스 타운으로 꼽힌다. 사철 먹거리가 풍부한 고장이기도 하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 등 좋은 것을 다 모아 즐기는 ‘장흥삼합은 물론이거니와 낙지와 바지락, 꼬시래기, 미역 등 청정 자연에서 나는 건강한 음식들이 있다. 장흥 겨울여행을 풍성하게 하는 제철 먹거리 중 하나는 바로 매생이다. 우리나라에서 매생이 양식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 장흥 대덕의 내저마을인 만큼 최고 품질의 매생이가 그곳에서 난다. 실보다 가는 매생이로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 향기롭다. 국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걸쭉하게 끓이는 장흥의 매생이국은 겨울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뜨끈한 매생이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면 속은 따뜻해지고 입안과 코끝은 그윽한 바다향기에 매료된다. 굴을 넣고 떡국을 끓이기도 하는데 맛은 물론 영양도 만점인 겨울철 별미다. 매생이국과 함께 꼭 먹어봐야 하는 겨울철 장흥의 최고의 별미 중 하나는 굴 구이다. 장작불에 굴을 구워먹는 용산면 남포마을과 철판 위에 구워먹는 관산읍 죽청마을이 유명하다.
거제 대구탕
(사진 경남도청)
산란기를 맞이한 겨울 진객이 돌아왔다.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인 대구 얘기다. 대구는 이때 살이 가장 많고 지방이 풍부하며 알도 꽉 차 있다. 그래서 대구는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 국내 최대 대구 집산지인 거제 외포항은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으로, 대구탕을 비롯 대구찜, 대구회 등 싱싱한 대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은 맛과 영양이 으뜸이다. 필수 아미노산과 아르기닌이 풍부해 추운 겨울 건강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맑게 끓인 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약간 기름진 듯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개운해 아침 해장용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거제에서는 구수한 맛을 위해 대구 대가리로 낸 육수에 대구와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인다. 또 무 없이 대구만 넣고 끓이는 대구탕도 있다. 외포항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를 하는 음식점이 많다. 따라서 산지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생대구회도 맛볼 수 있다.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이상호, 장흥군청, 경남도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