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핵심클릭] 둔촌주공 미계약이 '그렇게' 무서웠나요?
입력 2023-01-08 11:00 
둔춘주공 재건축아파트 모델하우스 들어가는 청약자들. 자료:연합뉴스

정부 부처는 매년 초 한 해의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합니다. 보통은 추진 계획이 이미 발표된 정책을 취합‧정리해서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1월 3일 올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는 관례를 완전히 깼습니다.

특히, 국토 중에서도 주택과 관련해선 가히 부동산 종합대책 급이었습니다.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한 것도 중량감이 컸지만, 분양시장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각각의 대책이 별도로 발표되면 모두 주요뉴스로 다뤄질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먼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수도권 최대 10년, 지방 최대 4년 간 팔 수 없었던 전매제한 기간이 각각 4년, 1년으로 줄었고,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도 주택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고 발표 시점으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특별공급에서 제외됐던 것도 제한을 없애고, 기존 보유 주택을 입주가능일로부터 2년 안에 팔아야 하는 의무도 사라집니다. 집이 있는 사람의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도 부활시키기 위해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합니다.

MBN뉴스7 캡쳐

그런데 더 눈에 띈 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양가 상한을 지난해 11월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3억 원 완화했었는데, 두 달도 안 돼 아예 없애버린 겁니다. 또, 한 명 당 5억 원까지만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제한도 사라졌고, 보증을 여러 건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중삼중 규제에 묶여 무주택자도 받기 까다로웠던 중도금 대출이 완전히 열려 버린 겁니다.

물론 정부 조치, 이해는 됩니다. 중도금 대출은 일반적인 대출과 성격이 달라 통상 이자후불제를 통해 잔금 시 한 번에 이자를 정산하는 점, 중도금 대출이 없으면 현금이 부족한 사람은 아파트 분양을 받을 길이 사실상 막히는 점 등 완화해야 할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왜 지금이고 한 번에 다 풀었을까요?

업무보고 발표 이후 많은 언론이 '둔촌주공 이병 구하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 냈습니다. 둔촌주공은 입주자 모집 당시 전매제한 8년, 실거주 의무 2년이었지만, 전매제한은 1년으로 대폭 축소됐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졌습니다.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되고 특히, 분양가 제한이 사라지면서 전용84㎡도 중도금 대출이 나오게 됐습니다. 자금이 부족해 작은 집을 청약했던 사람들 사이에선 더 큰 주택형을 청약하지 못 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청약이 이번 대책 발표의 최대 수혜주였던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둔촌주공 마저 청약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면, 다른 어느 사업장이 용감하게 분양에 나서겠느냐, 그래서 둔촌주공 미계약 우려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장은 위험 신호를 보내 왔는데, 둔촌주공 뚜껑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걸까요? 얼마 전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분양가를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였을 때, 선제적으로 15억 원으로 더 높이거나 또는 아예 지금처럼 폐지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정부가 둔촌주공 이병 살리기에 나설 줄 알았다면 고민 말고 청약 넣을 걸" 후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