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야영장에 텐트 '알박기'한 얌체들…이용객 "텐트가 별장이냐"

제주시, 협재·금능 해수욕장 장기 방치 파손 텐트 행정대집행

제주 지역 해수욕장 야영장에 텐트를 쳐둔 뒤 장기간 무단 방치하거나 제주도에 방문할 때만 이용하는 이른바 '알박기' 텐트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오늘(5일) 이달 16일까지 협재와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에 파손된 채 장기 방치된 텐트 7동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치우겠다는 내용의 행정대집행을 위한 1차 계고를 홈페이지에 공고했습니다.


앞서 시는 지난달 8일, 이들 파손 텐트에 자진 철거 계고장을 부착하고 공시송달을 공고해 같은 달 27일까지 철거를 완료하도록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텐트는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 텐트를 모두 철거하면 좋겠지만, 이번 행정대집행 대상은 야영장에 장기 방치된 텐트 30여 동 중에서도 눈에 띄게 파손된 텐트 7동에 한정됩니다.

야영장 자체가 1년 내내 선착순 무료로 운영되며, 최대 이용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만일 장기간 텐트가 설치돼 있어도 집기류 등이 다수 있고, 이용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면 강제 철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좋은 자리에 '텐트 알박기'를 한 뒤 여행할 때만 가끔 들러 야영을 즐기고 가는 얌체 이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야영장을 이용하는 도민과 관광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입니다.

제주시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에 파손돼 장기 방치된 텐트/사진=연합뉴스

제주도 홈페이지인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관광불편민원접수' 게시판을 보면 장기 방치 텐트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게시글을 올린 임모씨는 "협재와 금능 해수욕장 야영장 내 알박기 텐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관리 안 된 텐트로 인한 미관상, 안전상 문제가 많다. 국제적 관광지에 이 같은 흉물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전했습니다.

정모씨 역시 "텐트를 별장처럼 지어놓고는 자기들 내킬 때만 와서 놀다가는 이른바 장기숙박(장박) 텐트 때문에 하루 기분 좋은 마음으로 캠핑하러 간 사람은 되레 텐트 하나 펼 자리가 없다"며 "특히 무너지고 쳐진 오래된 텐트가 경관 좋은 곳에 널찍하게 자리하면서 경관까지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시 관계자는 "인력을 배치해 장기 설치 텐트에 대해 현장에서 계도하고 있고, 이용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안내문을 부착해 자진 철거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행정대집행 대상이 아닌 파손되지 않은 텐트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