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원 등 전국 60곳 병원서 진료
음주 의료행위하다 의료사고도
의사 면허 발급 경로·다른 의사 명의 진료 가능한 허점
음주 의료행위하다 의료사고도
의사 면허 발급 경로·다른 의사 명의 진료 가능한 허점
30여년간 면허도 없이 의사 행세를 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남성은 서울, 수원 등 전국 60곳이 넘는 병원에서 진료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 양선순)는 오늘(5일)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A(6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의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등록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한 종합병원 의료재단 1곳과 개인 병원장 8명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A씨는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위조한 의사면허증으로 종합병원과 개인병원 등 9개 병원에 고용 의사로 취업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5억 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의대를 다니던 A씨는 의사면허증을 취득하지 않은 채로 1993년 의대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1995년 의사면허증, 위촉장 등을 위조해 이것으로 병원에 취업했습니다.
A씨는 주로 미등록 고용의사로 단기 채용돼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 받아 진료 및 처방전 발행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가 소개한 약력 / 사진=연합뉴스
면허증을 위조하다 보니 인턴은 물론 레지던트 과정도 밟지 못한 그는 정형외과 의사 행세를 하다가 의료사고를 다수 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음주 상태에서 봉합수술을 했다가 의료사고(상해)를 내 환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의 27년 의사 행세는 그에게 의심을 품은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A씨는 처음에 "의사면허가 취소됐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보완 수사를 한 결과 모두 거짓임이 탄로났습니다.
A씨의 이러한 행위가 가능했던 건 의사 면허 시스템의 빈틈 때문이었습니다. 의사 면허 발급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대한의사협회도 면허 유효 여부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데다 일부 병원들이 단기 또는 대진의사 등을 고용하고도 무등록·무신고하거나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나 면허코드로 진료하거나 처방하는 것도 가능한 실정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병원이 단기 또는 대진 의사를 고용하고도 무등록·무신고하면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 및 면허 코드로 진료를 하고 처방전이 발급되는 등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의사면허 정보 제공 필요성에 대해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