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전시를 할 때 상업성만 따진다면 전시의 다양성이 떨어질 뿐더러 사회에서 의미를 곱씹어볼 만한 전시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예술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것은 '팔리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예술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해가는 우리 작가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곳들을 살펴봤습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지난 16일부터 청년 작가 전시 제작 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를 2주 단위로 열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청년 작가 전시 제작 지원 사업은 올해 첫 삽을 떴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이번 사업을 통해 선정된 각 팀에 제작비를 700만 원씩 지원해주고, 청년 작가의 전시 이해를 쉽게 도와줄 청년 평론가들 역시 1대 1로 직접 매칭해줬습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청년사업은 2020년부터 시작했으며, 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일주일씩 작가에게 대여해주고 판매를 도운 '청년미술상점', 청년 작가 대상 70% 대관료 할인, 또 작품을 판매하는 '가을미술장터' 등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발적으로 지난해에는 청년 작가 공모작 단체 전시도 기획했지만, 이번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당선된 작가의 수가 두 자릿수나 되다보니 이슈화가 어려웠고, 그룹전의 경향에 맞추면서 전시자의 개성도 드러나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대신 청년들이 단독 개인전을 열고 커리어를 쌓아가기 수월하도록 올해 처음 시도하게 된 사업이 바로 '청년 작가 전시 제작 지원 사업'입니다.
예술의전당이 "현대미술 최전선의 젊은 작가 전시를 쉽게 보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에 예술성, 전달력, 수행역량을 기준으로 심의해 선정된 팀은 총 3팀입니다.
청년 작가들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포트폴리오를 다수 보내오면서, 예술의전당이 선정한 3팀의 전시는 심의할 때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기술'이라는 공통 주제를 갖게 되었습니다.
첫 전시 'X: 이상한 정원'도 가상세계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세계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작가 이웅철은 작품 '이상한 정원'을 두 가지 버젼으로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스크린 속의 가상공간에 작가가 숫자를 입력해 제작한 조각과 자신의 다리를 3D 스캐닝한 조형을 함께 담아서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전시장에서 만질 수도 있도록 똑같이 만든 설치작업물입니다. 번갈아 보면서 관객들은 가상공간에 있었지만 현실에서도 구현된 모습을 보고, 무엇이 진짜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또 추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형물을 보며 최근 기술의 발전에 대해 고찰하게 됩니다.
작품명 '텅 빈 돌'에는 NFT 가상경제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 담겼습니다. 작가는 어느 날 한 돌덩이의 클립아트(문서 등에 복사해서 쓸 수 있도록 저장된 단순 그림파일)가 무려 15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이더락(EtherRock)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00개 한정 NFT로 팔았더니 희소성 때문에 그런 값에 팔렸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것인데요. 이후 이더락과 똑같이 생긴 돌을 길에서 발견한 작가 이웅철은 이 돌을 3D스캐닝하기로 합니다.
NFT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가 만든 가상공간 속에 떠있는 돌은 금이나 크리스탈과 같은 고급 형태로 바뀌는 겉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캔만 했기에 속 안이 텅 비어 있습니다.
이 전시에 이어 두 번째 전시회에서는 작가 신교명이 인공지능 로봇 이일오와의 공동 창작물을 전시(내년 1월 14일까지/실제 공동 창작 퍼포먼스는 토요일)합니다.
세 번째 전시회에선 팀 s.a.h가 관객들이 작품의 QR 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할 경우 휴대전화에 메타버스 앱이 켜지고 증강현실 가상 조형물이 떠오르는 체험(내년 1월19일~2월 1일)을 할 수 있도록 전시물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올해 만 39살로, 청년 작가 기준인 만 40세 미만에 가까스로 들어맞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작가 이웅철은 "서울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하고 싶었던 전시를 구현해 대중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전시를 하면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어서 좋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다만, 어느 곳이든지 지원율이 높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인데, 높은 경쟁률이 당연하다 싶기는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갤러리 전속 작가가 아닌 이상, 예술가들은 사비를 털어서 장소를 대관하고 전시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쟁에서 도태되면 작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란 것입니다.
실제로 팔리는 작품을 만드는 소위 '갤러리' 작가가 아닌, '미술관 전시' 작가들은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할 일이 드뭅니다.
하지만, 갤러리 학고재의 우정우 실장은 대안공간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해왔던 작가인 최원준을 찾았습니다. 우 실장은 "갤러리도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술관뿐 아니라 상업공간도 꾸준히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학고재는 '캐피탈 블랙' 전시(오늘까지)를 열었는데요,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 특히 아프리카인들과 그들의 2세의 삶에 주목하며 공간 '아프로아시아'를 직접 운영하는 동시에 사진 작가 일을 하는 최원준의 작품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최원준은 "낯선 아프리카인들의 사진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민중의 초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그의 바람을 담아 학고재의 한옥 전시장에서는 한국의 노동자지만 고립은 원치 않는 아프리카인들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이미 동두천, 파주, 송탄의 풍경은 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이주민 2세는 한국어가 익숙하고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쓰는 반면, 부모는 토착어를 쓰고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씁니다. 이주민 2세는 여러 방면에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우 실장은 "한국에서 흑인 혼혈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혼혈세대 정착 지원금은 없다시피 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혼혈 세대들이 한국에 어떻게 정착하느냐 하는 부분은 크게 고민해봐야 할 주제"라고 밝혔습니다.
또 어떤 곳들이 소외 장르 예술을 하거나 자신을 아직 드러내지 못한 작가들을 지원해주고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년 예술가 사업이 주목할 만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해주는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품 창작에 필요한 리서치를 지원하는 '영아티스랩' 또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문화재단이 다양한 각종 지원 사업을 홈페이지에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각 지역별로 설립된 문화재단에서도 신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 근거리에서 거주하는 작가들의 지원이 권장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예술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것은 '팔리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예술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해가는 우리 작가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곳들을 살펴봤습니다.
예술의전당 청년작가 전시제작지원공모, 'XYZ: 공간좌표' 열리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지난 16일부터 청년 작가 전시 제작 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의 전시를 2주 단위로 열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청년 작가 전시 제작 지원 사업은 올해 첫 삽을 떴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이번 사업을 통해 선정된 각 팀에 제작비를 700만 원씩 지원해주고, 청년 작가의 전시 이해를 쉽게 도와줄 청년 평론가들 역시 1대 1로 직접 매칭해줬습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청년사업은 2020년부터 시작했으며, 유휴공간을 무상으로 일주일씩 작가에게 대여해주고 판매를 도운 '청년미술상점', 청년 작가 대상 70% 대관료 할인, 또 작품을 판매하는 '가을미술장터' 등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발적으로 지난해에는 청년 작가 공모작 단체 전시도 기획했지만, 이번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당선된 작가의 수가 두 자릿수나 되다보니 이슈화가 어려웠고, 그룹전의 경향에 맞추면서 전시자의 개성도 드러나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대신 청년들이 단독 개인전을 열고 커리어를 쌓아가기 수월하도록 올해 처음 시도하게 된 사업이 바로 '청년 작가 전시 제작 지원 사업'입니다.
"현대미술 최전선의 젊은 작가 전시 쉽게 본다"
전시 'X: 이상한 정원'의 작가 이웅철과 기자 [사진=MBN]
예술의전당이 "현대미술 최전선의 젊은 작가 전시를 쉽게 보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에 예술성, 전달력, 수행역량을 기준으로 심의해 선정된 팀은 총 3팀입니다.
청년 작가들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포트폴리오를 다수 보내오면서, 예술의전당이 선정한 3팀의 전시는 심의할 때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기술'이라는 공통 주제를 갖게 되었습니다.
첫 전시 'X: 이상한 정원'도 가상세계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세계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작가 이웅철은 작품 '이상한 정원'을 두 가지 버젼으로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스크린 속의 가상공간에 작가가 숫자를 입력해 제작한 조각과 자신의 다리를 3D 스캐닝한 조형을 함께 담아서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전시장에서 만질 수도 있도록 똑같이 만든 설치작업물입니다. 번갈아 보면서 관객들은 가상공간에 있었지만 현실에서도 구현된 모습을 보고, 무엇이 진짜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또 추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형물을 보며 최근 기술의 발전에 대해 고찰하게 됩니다.
전시 'X: 이상한 정원'의 작품 '텅 빈 돌' [사진=예술의전당]
작품명 '텅 빈 돌'에는 NFT 가상경제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 담겼습니다. 작가는 어느 날 한 돌덩이의 클립아트(문서 등에 복사해서 쓸 수 있도록 저장된 단순 그림파일)가 무려 15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이더락(EtherRock)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00개 한정 NFT로 팔았더니 희소성 때문에 그런 값에 팔렸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것인데요. 이후 이더락과 똑같이 생긴 돌을 길에서 발견한 작가 이웅철은 이 돌을 3D스캐닝하기로 합니다.
NFT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가 만든 가상공간 속에 떠있는 돌은 금이나 크리스탈과 같은 고급 형태로 바뀌는 겉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캔만 했기에 속 안이 텅 비어 있습니다.
작가 "하고 싶던 전시 구현해 좋아…경쟁 과열은 아쉬워"
이 전시에 이어 두 번째 전시회에서는 작가 신교명이 인공지능 로봇 이일오와의 공동 창작물을 전시(내년 1월 14일까지/실제 공동 창작 퍼포먼스는 토요일)합니다.
세 번째 전시회에선 팀 s.a.h가 관객들이 작품의 QR 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할 경우 휴대전화에 메타버스 앱이 켜지고 증강현실 가상 조형물이 떠오르는 체험(내년 1월19일~2월 1일)을 할 수 있도록 전시물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전시 'Y:이일오+신교명'의 인공지능 로봇 이일오와 전시 'Z:허들링'의 이미지 챌린지 [사진=예술의전당]
올해 만 39살로, 청년 작가 기준인 만 40세 미만에 가까스로 들어맞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작가 이웅철은 "서울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하고 싶었던 전시를 구현해 대중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전시를 하면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어서 좋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다만, 어느 곳이든지 지원율이 높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인데, 높은 경쟁률이 당연하다 싶기는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갤러리 전속 작가가 아닌 이상, 예술가들은 사비를 털어서 장소를 대관하고 전시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쟁에서 도태되면 작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란 것입니다.
'미술관 전시' 작가를 부르다…학고재 "상업공간도 꾸준히 질문 던져야"
실제로 팔리는 작품을 만드는 소위 '갤러리' 작가가 아닌, '미술관 전시' 작가들은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할 일이 드뭅니다.
하지만, 갤러리 학고재의 우정우 실장은 대안공간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해왔던 작가인 최원준을 찾았습니다. 우 실장은 "갤러리도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술관뿐 아니라 상업공간도 꾸준히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학고재는 '캐피탈 블랙' 전시(오늘까지)를 열었는데요,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 특히 아프리카인들과 그들의 2세의 삶에 주목하며 공간 '아프로아시아'를 직접 운영하는 동시에 사진 작가 일을 하는 최원준의 작품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넬슨과 엠마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 동두천, 2021' [사진=학고재]
최원준은 "낯선 아프리카인들의 사진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민중의 초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그의 바람을 담아 학고재의 한옥 전시장에서는 한국의 노동자지만 고립은 원치 않는 아프리카인들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이미 동두천, 파주, 송탄의 풍경은 변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이주민 2세는 한국어가 익숙하고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쓰는 반면, 부모는 토착어를 쓰고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씁니다. 이주민 2세는 여러 방면에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좌) '지밀과 에디, 동두천, 2021' (우) 뮤직비디오 '저의 장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진=MBN] *저작권 소유자 최원준
우 실장은 "한국에서 흑인 혼혈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혼혈세대 정착 지원금은 없다시피 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혼혈 세대들이 한국에 어떻게 정착하느냐 하는 부분은 크게 고민해봐야 할 주제"라고 밝혔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문화재단·지역 문화재단에도 '기회' 있어
또 어떤 곳들이 소외 장르 예술을 하거나 자신을 아직 드러내지 못한 작가들을 지원해주고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년 예술가 사업이 주목할 만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해주는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품 창작에 필요한 리서치를 지원하는 '영아티스랩' 또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또, 서울문화재단이 다양한 각종 지원 사업을 홈페이지에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각 지역별로 설립된 문화재단에서도 신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 근거리에서 거주하는 작가들의 지원이 권장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