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표결 앞서 노웅래 증거 읊은 한동훈
민주 "검찰 수사팀장의 수사 결과 브리핑"
법무부 "표결 전 혐의와 증거관계 설명하는 건 당연"
민주 "검찰 수사팀장의 수사 결과 브리핑"
법무부 "표결 전 혐의와 증거관계 설명하는 건 당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표결하기에 앞서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는 녹음 파일이 있다"며 범죄 사실 요지를 설명한 것을 두고 법으로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반박했습니다.
2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총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최종 부결됐습니다.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 사진 = 연합뉴스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 다섯 차례에 걸쳐 브로커 박모씨 측으로부터 발전소 납품사업 청탁 명목, 용인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청탁 명목, 태양광 발전사업 청탁 명목, 국세청 인사 청탁 명목, 동서발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운을 뗐습니다.
한 장관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며 "그 밖에도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 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는 노 의원의 문자도 있고, '저번에 도와주셔서 잘 저걸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는 노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통화 녹음파일도 있고, 청탁받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노 의원의 문자도 있고, 청탁받은 내용이 적힌 노 의원의 자필 메모와 보좌진의 업무 수첩도 있으며, 공공기관에 국정의정시스템을 이용해 청탁 내용을 질의하고 회신하는 내역까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20여년 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 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이 없다"며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한 장관이 피의사실과 직결되는 증거들을 대거 공개한 것을 놓고 뒤이어 연단에 오른 노 의원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갑자기 '녹취가 있다, 뭐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방어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더구나 한 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국회 표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구체적으로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말하는 것, 이런 정치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신상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 사진 = 연합뉴스
노 의원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후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두고 장외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한 장관을 향해 "오늘 국회 본회의에 검찰 수사팀장으로 섰느냐"며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보고하고 국회의원들의 투표에 판단을 맡겨야 했지만, 검찰 수사팀장의 수사 결과 브리핑을 보는 듯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찰 대변인처럼 주관적 의견을 앞세우며 검찰의 조작 수사를 옹호했다"며 "진영 논리를 운운하며 야당을 공격한 것은 자기 정치이고, 장관으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추태"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은 불체포 특권 뒤에 노 의원을 겹겹이 감싸줬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다가올지 모를 그날을 위해 부결 예행연습이라도 한 모양이다. 방탄 정당, 방탄 의원을 자처하더니 이제는 국회마저 비리 의원 보호 수단인 '방탄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비꼬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확인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한 장관은 부결 직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께서 체포 동의안 내용을 못 보셔서 그런 것 같은데, 체포동의안 내용에 들어 있는 구속영장 사유에 그 내용이 대부분 기재돼 있다"며 노 의원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녹음파일 존재를 접하지 못했는데 한 장관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특히 법무부는 따로 입장문을 내고 한 장관이 체포 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한 것에 대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 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 93조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지 않고 있지만, 검찰보고사무규칙상의 사건보고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국회에 장관이 직접 설명을 해야하는 이 건은 더욱 자세히 보고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