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100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한 여성 체스 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현지 시간 27일 로이터통신은 이란 체스 선수 사라 하뎀(25)이 국제체스연맹(FIDE)이 주최한 '세계 래피드&블리츠 체스 챔피언십'에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로이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뎀에게 접촉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월 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도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참가한 바 있습니다.
당시 CNN은 이란 북서부 잔잔주에 있는 엘나즈 가족의 주택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히잡을 쓰지 않고 대회에 나섰기 때문에 보복을 당했다는 겁니다.
영상에는 엘나즈의 오빠 다부드 레카비가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울부짖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아울러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란 축구영웅 알리 다에이의 가족이 출국을 하지 못하도록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다에이의 부인과 딸은 이란 테헤란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마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지만 이란 당국이 항로를 강제로 변경시켜 자국령인 키시 섬에 내리도록 했습니다.
다에이는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 (이란 당국이)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려고 했던 거냐"라며 이번 일을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지난 9월 14일 마흐사 아미니(22)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사흘 만에 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주의 쿠르드족 사이에서 시작된 초기 반정부 시위는 이후 대학생과 일부 지식인들의 조직화를 통해 시민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