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기척] 입석 금지에 '버스 좌석 쟁탈전'..."좌석 예약 서비스 확대"
입력 2022-12-26 14:21  | 수정 2022-12-26 14:30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 사진=김윤, 김지영 인턴기자
인턴 기자 직접 체험...오작동·시간대 제한 등 한계점
"서비스 개선 위해 결국 투자 활성화가 관건"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지난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경기도는 광역버스 입석 탑승을 금지했습니다. 버스 과밀에 따른 안전사고에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입석 금지 이후 출퇴근 시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18일부터 경기도 전체 공공버스 2093대(220개 노선)의 53.7%에 해당하는 1123대에 대해 입석이 금지됐지만, 이용객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코로나로 보편화됐던 재택근무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출퇴근 근무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광역 버스 이용자 수는 △2020년 21만 8천 명 △2021년 42만 5천 명 △2022년(1-9월) 45만 8천 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느는 추세입니다.

버스 이용객은 늘었지만, 서서라도 버스를 타겠다는 수요는 금지하다 보니 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 놓였습니다. 이런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기도는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버스 예약 서비스인 '미리플러스'를 선보였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버스 이용을 편리하게 하자는 취지로 개발된 '미리플러스'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날짜와 좌석, 버스 노선을 선택한 뒤 예치금을 넣으면 좌석이 예약됩니다. 만석 걱정 없이 자신이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만 나와 기다렸다 탑승 시 예치금을 결제했던 카드를 버스 단말기에 대면 예약 여부를 인식해 좌석이 확정되는 시스템입니다.

광역 버스 입석 금지 조치가 시작된 지난달 18일, MBN 인턴 기자들은 경기도 수원시 광역버스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미리플러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버스를 선택한 뒤 출근 시간대 버스 좌석을 예약했습니다. 예약한 시간인 오전 7시 50분에만 맞춰 나가면 돼 추위 속에 버스를 기다리지 않는 건 좋았지만,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다 보니 어떤 버스가 예약 버스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용 가능 시간과 노선이 제한돼 있는 등 원활한 이용에 한계가 많아 실제 사용률과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용객들은 결제 방식의 불편함, 빈번한 서비스 오작동, 이용 시간대의 한계 등의 이유로 자주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앞줄에 서있던 대학생 김모(23) 씨를 만났습니다.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그도 "버스 단말기에 예치금을 결제했던 카드를 찍어야 했는데, 처음 이용했을 때에는 이를 몰라 결국 이중 결제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불편함을 물었더니 "애플리케이션이 자주 먹통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예약 가능 좌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그렇게 될 때 답답함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리플러스' 개발 주도한 위즈돔 / 사진=김윤, 김지영 인턴기자

이런 이용자 불편을 바탕으로 취재진은 미리플러스 개발진을 만나 이용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개선 방향 등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미리플러스 서비스 개발을 주도한 최현주 위즈돔 본부장은 "이용자들의 이용률에 대해 출퇴근 시간에 맞춰 타다 보니 한 번 이용하는 사람이 계속 쓴다"며 "프리미엄 버스를 분석한 결과 한 사람이 한 달에 약 10-12번 정도 반복해서 이용하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습니다. 한 번 '미리플러스'를 알게 된 이용자는 편리함을 높이 평가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 본부장은 또 "입석 금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반 광역 버스와 달리) 자기 좌석을 확보하고 탄다는 점은 이용자들이 좋게 평가했다"면서도 "앱 자체는 요즘 앱 서비스 구동에 비해 퀄리티가 높지 않아 이와 관련한 피드백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지 못했던 데 대해 그는 "구조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버스 운수회사의 수익성 문제가 얽혀 있어 현재까지 명확한 해결 방안은 없다"라며 "앞으로 투자가 활발해진다면 이용자들의 고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예약 위약금으로 수익을 취하고 있는 앱의 구조적인 오류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반적인 버스 증차가 바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결국 '재원 부족'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정 시간에만 버스를 공급할 수 없고, 공급과 수요 간 균형이 깨질 수 있어 운수회사의 수익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한 번에 해결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최 본부장은 다만, 수도권 버스 이용 문제 해소 방안으로 '프리미엄 버스 증차'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프리미엄 버스는 한정면허로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되기에 이 차량들과 관련 서비스를 늘리면 수요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도 과밀하게 버스를 타야 하는 문제도 없어질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만석으로 정류장 지나쳐 가는 광역버스 / 사진=김윤, 김지영 인턴기자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선 좌석 예약 전용 버스와 프리미엄 버스 증차가 외려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광역버스과 김준 주무관은 이에 대해 "오히려 서비스 미이용 고객들은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의 수가 감소하게 된다"며 "출퇴근 시간대 충분한 광역버스 공급 없이 좌석예약제를 확대하게 되면 대다수 이용객에게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취재진이 직접 체험했던 '좌석 예약 서비스'는 이번 달부터 본격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경기도 버스 운영팀은 "현재 1-2대만 운행 중인 버스를 증차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고, 시·군 업체에서 협의 중에 있어 차차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jy1748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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