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환으로 별세…향년 80세
"난쏘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으면"
"난쏘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으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의 저자 조세희 작가가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80세.
조 작가의 아들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조세희 작가가 오늘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전했습니다.
고인은 1942년 경기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에서 태어나 보성고와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다녔고,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65년 경희대 재학 중 '돛대 없는 장선'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이후 십 년간 일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75년 '문학사상'에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며 다시금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2년, 고인은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과 식사하는 동안 철거반들이 대문과 시멘트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싸우다 돌아오면서 한동안 포기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면서 "유신정권의 피 말리는 억압 독재가 없었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하며 사회 문제에 분노해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했음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고인이 난장이 연작 12편을 모아서 1978년 완성한 소설이 그의 대표작 '난쏘공'입니다. '난쏘공'은 서울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당대 사회 문제인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산업화 물결 속 본격화한 빈부격차와 도농격차, 노사 갈등 등 사회적 모순을 직시해 지금까지도 한국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78년 6월 초판 1쇄를 찍은 후 올해 7월까지 320쇄 총 148만 부를 발행했습니다. 순수 문학 작품으로는 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는 등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혔습니다.
그는 또 '난쏘공'에 대해 "계엄령과 긴급조치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난쏘공>을 쓴 것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삶에 ‘경고팻말이라도 세워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말하며 "한 작품이 100쇄를 돌파했다는 것은 작가에겐 큰 기쁨이지만 더 이상 <난쏘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이 밖에도 ‘오늘 쓰러진 네모(1979년) ‘긴 팽이모자(1979년) ‘503호 남자의 희망공장(1979년) ‘시간여행(1983년) ‘하얀 저고리(1990년)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소설집으로는 난쏘공과 ‘시간여행, 사진산문집 ‘침묵의 뿌리(1986년)', 희곡 ‘문은 하나(1966년)가 있습니다.
유가족으로는 최영애 여사와 아들 중협, 중헌이 있습니다. 발인은 28일이고,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입니다.
소설가 조세희/사진=연합뉴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