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20년 폐지된 아파트 유형의 매입임대사업자 제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저명한 경제학자까지 다주택자에게 투기 꽃길을 깔아줬다고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아파트 등록임대가 2년 5개월 만에 부활한 겁니다.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양질의 임대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서울 등 도심은 새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위주여서 공공에서 신규 아파트를 확보해 임대를 놓는, 건설형 임대주택 확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민간에 양질의 임대주택을 확보해 달라고 SOS를 치는 정책이 바로 매입형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입니다. 임대사업자, 즉 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사업기간 동안 직전 계약의 5%까지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임대인은 직접 들어가 살 수 없고, 계약이 끝나도 임차인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임대사업자가 중개업소에 의뢰하는 물건은 세입자들에게 그야말로 인기 '짱'입니다. 특히 전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뛸 때 그렇습니다. 임대사업자 물건은 부동산 중개사들의 중개망에도 거의 올라오지 않습니다. 나오자마자 거래가 되니까요. 임차인에게 유리하고 정부에게도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에 도움이 되니 폐지된 아파트 임대사업 제도가 복원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평소 전월세 난이 가장 심한, 그래서 임대사업자 제도의 필요성이 가장 큰 서울에서는 여전히 아파트 임대사업자 물건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취득세 감면이나 종부세 합산 배제,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이 매입 당시 아파트 가액이 수도권 6억, 비수도권 3억 이하에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임대사업 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겠다고 해도 6억 원인 가액 기준이 9억으로 소폭 높아질 뿐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애초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아파트에 대해서만 부활시키려고 했던 것을 전용 85㎡ 이하, 그러니까 30평대 아파트로까지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현 가액 기준이라면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 임대사업자 물건을 과연 얼마나 볼 수 있을까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서울시 전용면적 84.95㎡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0월 기준 10억 원이 조금 넘습니다. 아파트가격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하면 12억4천만 원까지 높아집니다. 서울에서 평균적인 30평대 아파트를 매수해 임대사업을 하려고 해도 10년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 기준인 6억 원의 2배를 넘어서고, 사업기간을 15년으로 늘려도 9억 원인 가액기준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주택 가격이 낮은 노도강‧금관구 등 외곽 지역, 그 중에도 집값이 싼 동네에서나 그나마 30평대 아파트 임대사업자 물건을 간간히 볼 수 있겠네요.
시장에서는 급매도 어렵고, 급급매 아니 '급급급매'는 잡아야 임대사업자 등록 요건에 겨우 맞출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게다가 소규모 사업자 난립을 막겠다며 2채 이상만 등록할 수 있도록 요건도 강화했습니다. 아파트가격 하락폭이 매주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는 상황임에도 다주택자에게 투기 꽃길을 깔아줄 것이란 비판이 '여전히' 두려워 임대사업자 물건이 절실한 서울에선 계속 '죽은' 제도로 남아 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
2023년 경제정책방향 보도자료 중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