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 힘들어진 피의자 얼굴…비공개소환 정착
전 정권을 향한 여러 수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포토라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반응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공개 소환은 공개 망신주기로 과거 정치·공안통 검사가 즐겨했던 악의적인 치졸한 수법입니다. 오히려 국민께서는 김건희가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지난 9월 5일)
하지만, 최근 검찰을 취재하다보면 과거와 확실히 차이가 나는 사실이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나 참고인 등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근래 조사를 받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모두 비공개로 소환됐습니다.
◇ ‘범죄자 낙인 효과'에 비판 잇따라
과거 공개소환은 대략 이런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공보 업무를 맡은 차장검사 등이 기자단에 "내일 오전에 OOO를 소환할 예정"이라고 알리면, 기자들이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포토라인을 세우고 기다리는 겁니다. 피의자·참고인들은 1층 로비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교부받은 뒤 조사실로 향하기 때문에 기자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사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이 들을 수 있는 답은 아주 제한적였습니다. 대답을 아예 하지 않거나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정도가 고작였습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은 매우 컸습니다. 과거 검찰 수사를 경험한 여러 정치인들은 사석에서 검찰 조사를 받기도 전에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얼'이 빠지곤 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이 있음에도 사실상 '범죄자'로 낙인찍는 효과가 컸기 때문입니다.
◇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조국 법무부 장관 모두 찬성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당사자들이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요구할 경우 언론의 접근이 어려운 지하주차장에 등록을 해줘 출입이 가능하게 해 준 겁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정된 법무부훈령 제1437호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에 의거한 조치들입니다.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
제20조 ③항 사건관계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론이나 그 밖의 제3자와 면담 등 접촉을 하게 해서는 안 되며, 언론 등과의 접촉을 권유하거나 유도해서는 안 된다.
제20조 ③항 사건관계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론이나 그 밖의 제3자와 면담 등 접촉을 하게 해서는 안 되며, 언론 등과의 접촉을 권유하거나 유도해서는 안 된다.
지난 2019년 10월 30일 법무부가 훈령 개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 규정의 첫 수혜자가 조국 전 장관의 일가가 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국 규정'이란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2019년 9월 4일 대검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 ‘공개소환 부활 어려울 듯…”유일하게 잘한 검찰개혁”
그래서인지 정권 교체가 된 뒤 지난 정부에서 꽁꽁 묶어놨던 공보 준칙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공개소환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유지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인을 중심으로 '깜깜이 수사'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 소환' 등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컸던 점,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점점 더 강조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공개소환이 부활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지난 정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던 수많은 정책 중 유일하게 잘한 것이 포토라인을 없앤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추신) 정확히 얘기하면 검찰의 ‘공개소환은 사라졌지만, 언론의 ‘포토라인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그림'을 만들어야 하는 방송사 기자들은 공개 소환이 사라져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 ‘포토라인을 세우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박지원 전 국정원장처럼 제 발로 걸어 들어오며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기 때문이죠.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