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인사이드] '학대 사망' 4살 여아, 두개골 골절도 확인...사인과 연관?
입력 2022-12-24 11:00 
20대 친모가 의식을 잃은 4살 딸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는 장면 / 사진 = MBN 보도 영상

지난 14일 저녁 7시 35분쯤, 엄마 품에 안겨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4살 딸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온몸에 상처와 멍이 있었고, 또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체구가 작았습니다.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10kg이 채 안 됐고, 키는 80cm 정도였습니다.

4살 여아 평균보다 키는 20cm 가까이 작았고, 몸무게는 6kg이 덜 나갔습니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시각 장애 증세까지 있었습니다.

아이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병원에 데리고 온 20대 친엄마였습니다.

당시 병원 측의 신고로 긴급체포된 친모는 아이가 칭얼대며 말을 듣지 않아 때렸는데,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고 진술했습니다.

폭행을 가한 건 사건 당일 오전 6시쯤, 그런데 병원에 온 건 13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아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아직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부검의의 1차 간이소견에서 두개골도 골절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외부에서 큰 충격이 가해진 것인데, 사망 원인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친모는 숨진 당일에만 아이를 학대한 게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6개월 전부터 딸에게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등 지속적인 방임과 학대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폭행한 이유가 뭡니까?" ("….")
"학대 혐의 인정하십니까?" ("….")

20대 친모가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 사진 = MBN 안동균 기자

병원 측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 긴급체포된 친모는 이틀 만에 구속됐습니다.

지난 1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친모는 아이를 왜 폭행했느냐는 MBN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경찰 호송차에 올라탔습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지 2시간여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친모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와 상습 아동학대 2가지입니다.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막을 수 있었던 비극
행정기관 안전망도 허술


친모는 2년 전부터 숨진 아이를 데리고 부산 금정구의 지인 집에 얹혀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모와 아이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경북 칠곡군이었는데, 주소를 옮기지 않고 부산에 살았습니다.

숨진 아이는 지난 1년간 병원 진료 기록이 없어 아동 안전 점검 대상에 포함됐었습니다.

주소지 담당 자치단체인 경북 칠곡군은 지난 6월 친부와 통화했지만, 아이가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고, 한 달 뒤 직접 집에 찾아갔지만, 아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이가 부산에 살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아이가 교육시설에 다니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다시 전수 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이때도 아이를 만나진 못했습니다.

칠곡군은 이달 중에 다시 현장 조사에 나서 부모나 아이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숨졌습니다.

함께 살던 지인도 친모의 학대와 방임을 지켜봤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이달 말쯤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조사와 별개로 주소지인 경북 칠곡군청과 거주지인 부산 금정구청에서도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박상호 기자 hachi@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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