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하대 성폭력 추락사' 가해자, 알리바이 조작 정황
입력 2022-12-23 11:12  | 수정 2022-12-23 11:14
인하대 사망사건 20대 피의자 검찰 송치 / 사진 = 연합뉴스
인하대 사건 피해자 유족, 재판 내용 공개
가해자 "기억 안 난다" 일관…살해 의도 없다며 부인
유족 "강력한 처벌 사례 남겨달라" 호소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남학생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건물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사건에, 당초 재판 과정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 유족이 재판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2일 MBC에 따르면 피해 여학생 유족은 '범행 부인과 말 바꾸기'를 비판하며 재판 내용 전체를 공개했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범행 증거들이 다수 제시됐습니다.

가해자 A씨는 지난 7월 15일 새벽에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 규모의 단과대 건물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3층 높이(8m)에서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건물에 들어간 순간부터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죄송하다"면서 반성문을 19차례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재판정에서 A씨가 "피해자를 보고 범행할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펴면서 밀었다" 등 사건 초기에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를 털어놨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집요했던 성폭력 시도 과정도 파악됐습니다. A씨가 피해자를 2층부터 4층까지 데리고 다니며 성폭력을 시도하고, 다른 학생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가는 등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습니다.

결정적인 범행이 이루어진 새벽 1시 42분에 복도 CCTV에는 A씨가 창문을 여는 것이 찍혔고, 의식이 없던 피해자는 창틀에 위험한 상태로 있다가 가해자에 의해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어 2시 9분에 A씨는 피해자가 추락한 바로 옆을 지나가며, 피해자의 옷과 신발을 들고 나와 피해자 옆에 두고 자리를 황급히 떠났습니다. 이때 피해자의 의식이 남아 있던 데다, 추락 장소가 해당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곳임에도 어떤 구호 조치도 하지 않은 데에 유족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추모하는 인하대 학생들 / 사진 = 연합뉴스

추락 이후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게 가까이 다가간 정황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혈흔이 A씨의 바지에서 발견됐다는 점, 사고 이후 A씨가 피해자의 아이패드를 가져가서 사고 현장에 두고 온 자신의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 등에도 유가족은 알리바이 조작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A씨의 휴대전화에는 성폭행을 시도하며 피해자의 동의를 강제로 얻으려는 질문들이 다수 녹음돼 있었고, 범행 후에는 피해자의 태블릿 PC로 'ㅇㄷ(어디)?'냐는 문자메시지를 고의로 적어 보냈습니다.

또한, 피해자 유가족은 학교 쪽의 미온한 대처에 비판했습니 다. 사건 이후 학교 차원의 제대로 된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고 사과도 없었습니다. 사건 이후 교육부와 인하대가 가장 먼저 내놓은 대책은 CCTV 증설이고, 이후 특정 단과대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일회성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을 뿐 다른 조치는 없었습니다.

피해자 유가족은 (사건 이후) 학교 쪽에서 따로 연락이 온 적도 없다. 학내 성차별적인 문화나 학생 안전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어 피해자 아버지는 "초범이고 술을 많이 먹었다 같은 이유로 감형돼선 결코 안 되고 강력한 처벌 사례로 남겨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A씨 측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건 인정하지만, 강간치사와 살인은 다르다"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한편 1심 판결 선고는 다음 달 19일 내려집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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