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복당' 강력 반대 입장 내비쳐
공개 사과문과 반성문 요구하기도
"이재명 안 흔든단 확신 없다" 지적
공개 사과문과 반성문 요구하기도
"이재명 안 흔든단 확신 없다" 지적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더불어민주당 복당이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보류'된 가운데 이와 관련 박 전 원장은 자신의 복당에 반대한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과거의 일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 최고위원은 "사과를 받은 기억이 없다"며 오히려 복당을 왜 반대하느냐고 호통을 치고 으름장을 놨다고 폭로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원장이 나에게 전화를 한 사실은 있지만 사과를 한 기억은 없다"며 "나에게 으름장을 놓고 호통을 치며 '왜 복당에 반대하느냐'고 불평을 털어놓고 전화를 끊었지, 사과를 한 기억도 사과를 받은 기억도 없다. 언론플레이 잘 하는 건 알겠는데 없는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밝혔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박 전 원장이 지난 대선 때 아침마다 '문모닝'을 외치며 문재인을 욕했을 때 나는 '문재인 지키기'를 위해 '박모닝'을 외치며 박 전 원장을 비판한 적이 있다. 그 때 박 전 원장이 나를 고소했다"면서도 "박 전 원장이 고소를 취하하는 바람에 유야무야 되었다. 그것은 그 때 일이다. 사적 감정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이 없지만 복당 문제는 다르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입장입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있다 / 사진 = 매일경제
정 최고위원은 "사과를 하려면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분탕질, 분당질에 대해 사과할 일"이라며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것이야 그의 취향이겠지만 침뱉고 나간 정당에 다시 복당하려면 그에 걸맞는 조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헌 84조에 따르면 경선불복 탈당자는 10년 간 복당 불가 뿐만 아니라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는 점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문 대표를 흔들고 분당 사태를 일으켜 실체도 없는 '문재인의 호남 홀대론'을 선동해 타격을 입혔다는 점 ▲일단 복당 후 이재명 당 대표 체제를 흔들지 않을 거란 확신이 없다는 점 ▲잠재적 폭탄은 제거해야한다는 점 ▲탈당자들을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 등 박 전 원장의 민주당 복당에 반대하는 5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한 번 탈당한 사람은 또 탈당할 수 있고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할 수 있다"며 "정치가 생물이라면 박 전 원장은 한 자리에 서 있는 정치적 식물이 아니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정치적 동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내 97그룹은 뭐하고 있느냐. 586도 물러가라고 한 분들이 분당 사태의 주역 박지원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가. 침묵으로 복당을 허용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굳이 복당을 하겠다면 진지한 공개 반성문과 사과문,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을 탈환하자는 입장 등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라고 주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앞서 박 전 원장은 "제가 문재인 대통령하고 대표 경선(2015년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싸우고 안철수 신당으로 나온 것이 굉장히 섭섭했다고 하더라"며 "그때 정 최고도 나를 비난했고 민주당 사람들이 다 비난했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제일 미워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청와대 가서 별도로 2번 만나 제가 사과했다"며 "그랬더니 본래 액션이 크지 않는 문 대통령이 덥석 제 두 손을 잡더니 ‘대표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즘 TV에서 얼마나 많은 정책적 지원을 해주는데 감사합니다. 저 그렇게 좁은 사람 아닙니다. 앞으로도 도와주세요라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그러다가 저를 국정원장 시켰지 않았나. 그러면 끝난 것 아니냐"면서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6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성과보고회를 마친 후 박지원 국정원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사진 = 청와대 제공
박 전 원장은 이번 통화를 계기로 정 최고위원에게 다시 한 번 사과했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세상 살다 보면 소도 보고 중도 보는 것"이라며 자신의 복당에 대한 민주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한편,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선 박 전 원장의 '복당'이 의결됐지만, 최고위원회에서는 지도부 간 견해차가 있어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박 전 원장의 복당을 보류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