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중국 비밀경찰' 한국서 활보?
입력 2022-12-09 20:01  | 수정 2022-12-09 20:03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 모두 신문에 유출됐습니다. (우리 대화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부적절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자유롭고 공개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지지합니다.'

화기애애하기 마련인 G20 정상들의 연회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하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둘은 전날 약식 회담을 했는데, 이후 캐나다 언론이 '트뤼도 총리가 중국의 캐나다 선거 개입과 비밀경찰 운영 의혹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라고 보도하자 발끈한 시진핑이 항의한 겁니다.

그 뒤 실제로 CNN은 유럽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가 중국 정부가 '110 서비스 센터'라는 이름으로 세계 53개국 102곳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영하며 망명 중국인을 감시하고 강제 송환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지요.

중국은 비밀경찰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을 위한 일종의 영사 콜센터라고 해명했지만, 주재국 외교공관이 아닌 데서 영사 업무를 처리하는 건 외교관계를 규정한 '빈협약' 위반이고, 주재국 정부를 통하지 않는 영사 업무지원은 내정간섭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고,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는 관련 시설을 폐쇄하라고 명령했으며, 독일과 캐나다 등은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도 최소한 한 곳 이상 비밀경찰서가 있는데, 이상하죠, 주권국가라면 응당 즉각 진상조사와 함께 폐쇄 조치를 내리고 중국에 엄정하게 항의해야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올해 치른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중국인 영주권자만 10만 명에 육박했다지요.


국제인권단체의 보고대로 한국에서 중국 비밀경찰이 활동하고 있다면, 사실상 스파이 활동을 묵인하는 것이고, 나아가 중국의 입김이 한국의 선거판을 좌우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데, 그들의 위선과 무례함에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단호함이 왜 우리에겐 없는 걸까요?

한 나라의 위신과 자긍심은 남이 선물처럼 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못 찾아 먹는 걸 누가 우리 입에 넣어주겠습니까. 우리 스스로가 자중자애할 때 위신은 그나마 지켜질 수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중국 비밀경찰' 한국서 활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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