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교사 평가하랬더니 '성희롱'
입력 2022-12-07 20:00  | 수정 2022-12-07 20:03
1960~70년대 우리네 삶의 한 공간이었던 '막장'은 '갱도의 맨 끝부분'을 뜻합니다. 출입구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탈출이 어려워 '막장 인생'은 광산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표현이기도 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막장은 '막장 드라마'와 같이 비하와 모욕의 의미가 됐고, 이에 2009년 석탄공사 사장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막장은 폭력이나 불륜이 판치는 곳이 아니라,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삶의 터전이다, 지하 수백 미터의 막장에서 땀 흘리는 광부와 그 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마라.'면서요.

그런데 이 말처럼 뜻하지 않게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며 도입한 '교원능력개발평가'입니다. 모든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일부 학생들이 XX가 나오느냐, 기쁨조를 해라.' 등등 여교사의 신체를 언급하며 비하하거나 성적으로 조롱하는 글을 적고 있거든요.

이런 일은 매년 반복됩니다. '성형 티가 나서 거슬린다, 쭉쭉빵빵, 쓰레기' 등등, 평가의 익명성을 악용한 발언도 많은데, '없는 데선 나라님 욕도 한다'지만, 이건 누구 보라고 쓰는 거죠.

결국 교육부가 부적절한 문구는 교사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꿨지만, 여전히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사를 향한 성희롱은 교내에서도 벌어집니다. 20~30대 여교사의 66%가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고, 가해자로 학생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고 하니까요.


스승의 권위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오죽하면 '교권 침해 보험 특약'이란 것까지 생겼고 실제로 여기 가입하는 교사도 늘고 있습니다.

피해 교사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다시 교실에 돌아와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저 봐도 못 본 척하는 게 상책'이라니, 씁쓸하지요.

석탄공사 사장의 염원과 달리 막장이란 단어는 숭고함과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래도 우리의 미래를 키워내는 교육 현장만큼은 그래선 안 되지 않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교사 평가하랬더니 '성희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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