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전세계 53개국서 운영"
"해외 거주하는 교민들, 비밀경찰서 공작원들에 의해 강제 귀국"
"해외 거주하는 교민들, 비밀경찰서 공작원들에 의해 강제 귀국"
중국 당국이 해외 거주 교민을 감시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CNN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공안국이 운영한 해외 비밀 경찰서 48개의 존재를 새로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앞서 9월에도 "중국이 해외 경찰서 54곳을 불법으로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단체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비밀 경찰조직은 한국,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캐나다 벤쿠버·토론토, 이탈리아 밀라노·로마, 호주 시드니 등 전세계 53개국·102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중국의 비밀 경찰조직은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서 '110'은 우리나라의 '112'와 같은 경찰 신고 번호입니다.
단체는 ▲저장성 칭톈(靑田) ▲저장성 원저우(溫州) ▲장쑤성 난퉁(南通) ▲푸젠성 푸저우(福州) 등 4개 공안국에서 권역을 나눠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을 관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세르비아·스페인 등에 살던 중국인이 중국 해외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공작원들의 협박에 의해 강제로 귀국했습니다. 네덜란드에 거주한 반체제 인사는 공작원이 귀국 회유 전화를 하면서 중국에 남아 있는 부모 처지를 생각하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단체는 "중국 정부가 해외에 체류하는 중국인을 감시하고 괴롭히기 위해 이 시설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중국 해외 경찰서. / AP = 연합뉴스
반면, 중국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는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 교민들을 위한 시설"이라며 "운전면허증 갱신 등을 지원하는 '영사 콜센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난퉁시 당국도 지난 5월 '110 스테이션' 홍보 기사를 옹해 "한국과 미국, 호주에서 유학생 대표들을 해외 연락책으로 영입해 (중국) 경찰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면서 "해당국 교민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해명이 사실이라도 대사관이나 영사관처럼 주재국의 승인을 받은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처리하면 '빈 협약(1961년)'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입니다.
또, 중국 당국의 설명과 다르게 중국이 해외 경찰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기 몇 년 전이라고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난퉁 공안국은 한국을 포함해 29곳에서 이미 2016년 2월부터 해외 경찰서를 운영 중입니다. 원저우 공안국은 2016년 5월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범 실시한 후 12곳을 운영 중입니다.
아울러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은 비밀 경찰서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정황도 제기됐습니다. 비밀 경찰서 개설식에 현지 경찰 관계자가 참석한 영상이 있다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중국의 해외 경찰서 운영 사실에 격분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경찰이 뉴욕 한복판에 경찰서를 세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분노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에 중국 비밀 경찰서가 발 붙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지난 1일 2곳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렸고, 독일과 캐나다 등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한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16년 말 창설된 비영리 인권단체입니다. 중국 등 아시아 내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기의 유명인 실종 사례를 다룬 '실종인민공화국'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