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선수들의 활약…26인 중 19명으로 벤투호의 2배
잉글랜드 시스템 차용해 '축구 피라미드' 구축
잉글랜드 시스템 차용해 '축구 피라미드' 구축
일본 축구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에 이어 스페인까지 격파해 아시아 최초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일본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스페인에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조 1위를 달성했습니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2개 월드컵 연속 16강에 오른 일본은 한국(6승)을 넘어 아시아 본선 최다승(7승)도 달성했습니다.
이런 일본의 승리 비결을 외신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장기적인 시스템 개혁의 결실로 봤습니다.
◇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죽음의 조, 두려워할 필요 없어"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녈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스페인이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뤘다 / 사진 = 로이터 통신
우선 조별리그에서는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0-1로 지던 상황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활약중인 도안 리쓰와 아사노 다쿠마(보훔)이 연속으로 독일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도안은 3차전인 스페인전에서도 0-1로 끌려가던 후반 3분에 강력한 왼발 중거리포로 득점했고, 3분 만에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가 역전 결승골로 16강 진출 결정타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은 일본이 축구에 자신감을 갖는 근거가 됐습니다. 미나미노 다쿠미(AS 모나코)는 지난 16일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른바 '죽음의 E조' 상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유럽의 소속팀에서 평소에 하던 것처럼 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유럽파 선수 19명…전반적인 선수 역량 강화위해 노력
또, 유럽 무대에서 뛰는 일본 선수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습니다. 26인의 최종 명단 중 19명이 유럽파로 벤투호(8명)의 2배가 넘습니다.
이들 유럽파의 존재는 일본 축구 '시스템 개혁'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래틱은 "최근 일본 선수들이 인기가 높아졌다"며 "유럽 구단이 낮은 몸값뿐만 아니라 기술적 기량과 현지 적응력에 감탄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테리 웨스틀리 J리그 기술 고문과 일본 축구계가 함께 노력한 덕분"이라고 전했습니다.
2016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이사진은 선수 역량 증대를 위해 유럽 전역을 돌며 각지 유소년 아카데미를 연구했습니다. 또, 프리미어리그(EPL)급 선수들을 길러내는 지도 방식으로 바꾸고자, 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를 이끌던 웨스틀리를 전임 고문으로, 운영 책임자 애덤 레이메스는 전략 기획 이사로 데려왔습니다.
2019년 일본프로축구는 이런 노력을 종합해 '비전 2030'과 '프로젝트 DNA' 출범을 통해 선수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 JFA "2050년까지 축구 인구 천만 명으로 늘리고, 월드컵 우승할 것"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녈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스페인이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뤘다 / 사진 = 로이터 통신
일본축구협회(JFA)는 2005년 '일본의 길'(Japan's Way)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일본 축구의 성장을 본격화했습니다.
JFA는 "2050년까지 축구 관련 인구를 1,000만 명까지 늘리고,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표팀·유소년·지도자·축구 저변 확대를 목표로 JFA는 17년 동안 해당 프로젝트를 완고히 진행해왔습니다.
글로벌 통계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JFA에 등록된 선수는 82만 명입니다. 프로축구 리그만 3부까지 운영할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위에서 꾸리는 리그를 포함하면 9부 이상으로 나눌 수 있는 셈입니다.
이로써 '축구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있는 잉글랜드의 시스템을 일본 역시 유사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박공원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JFA와 J리그는 국가대표-풀뿌리-프로축구의 선순환 삼각 구조를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JFA가 풀뿌리 수준에서 저변을 넓히고 기술적, 체력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J리그가 선수들을 최대한 유럽으로 보내고, 선수들은 은퇴 무렵 돌아와 리그 수준을 올려주고 있다"며 "결국 시스템의 성공"이라 평가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