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사기 당해 두 딸 살해...극단적 시도 40대 엄마에 징역 12년

오랜 지인에 사기 당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저 범행 저질러
재판부 "두 딸, 생마감 전까지도 어머니에 사랑 표현…선처 탄원 등 고려"

4억원 가량의 투자 사기를 당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두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40대 여성에 징역 12년이 선고됐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김혜선)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2월 20여 년 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자 자녀와 같은 학교 학부모였던 박 모(51) 씨에게 4억 원 상당의 투자 사기를 당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자녀들을 키울 수 없을 것으로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는 올해 3월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한 다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딸 B(25)씨와 C(17)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발견 당시, 한 다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A씨는 당시 뒷좌석에서 무의식 상태였습니다.

차량에는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 등이 없었고, 숨진 두 딸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외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A씨는 다량 출혈로 숨지기 직전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투자 사기를 당하자 아이들을 더는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앞서 남편에게 경찰에 사기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딸들과 집을 나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기를 저지른 지인 박 씨는 A씨 등 지인 10명에게 경매 직전인 건물을 매입해 되파는 형식으로 고수익을 얻었다고 속여 150억 원 상당을 가로챘습니다. 이 돈은 박 씨의 생활비나 다른 피해자를 속이기 위한 ‘돌려막기 이자로 사용됐습니다.

그는 A씨 등 지인 10명에게 부동산 경매, 무기명 채권, 어음 등을 거래해 고수익을 얻었다”며 투자를 유도해 15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던 딸들을 (경제적 문제로) 더는 책임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나,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박탈해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첫째 딸은 범행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했고, 둘째 딸도 결국은 어머니의 계획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 부모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A씨 남편이자 피해자들의 아버지, 친척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가족들의 유대 관계가 분명한 점, 살인을 미리 계획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