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중산층
중산층이 사라졌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인구의 70%에 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여겼지만 2010년대에 이르면서 그 규모가 20~40%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동아시아 노동연구의 선구자로 주목받아온 저자 구해근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 구조 변화는 놀랄 만 합니다. 1965년 한국의 전문직·관리직·기술직 노동자는 1965년 2.9%만 차지했지만 1992년 10%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숫자도 4.1%에서 14.4%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신중간계급'으로 범주화될 집단은 196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7%에서 24.4%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와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로 한국의 중산층이 와해됐으며, 신흥 상류 중산층인 '특권 중산층'이 등장합니다.
저자 구해근은 기존의 부유층과 일반 중산층으로부터 분열된 특권 중산층이 그들만의 계급을 구별짓기 위해 과시 소비를 하고 강남 주거를 하며, 계급적 불안은 교육으로 달래 계급을 자식에게 세습시키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즉, 국가의 막대한 재정적 투자와 특혜 정책으로 형성된 강남에 밀집된 가정은 소득과 소비수준에서 특권은 향유하지만 도덕적·이데올로기적인 정당성을 확보 못했는데, 이러한 정당성은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우월한 위치만을 확보하기 위해 그 안에서 신분 경쟁을 하며 자녀 교육과 취업에 '욕망과 불안'을 느끼게 됐고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하나의 통합된 사회계층도 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저자는 아울러 각종 영상물을 보고 가까운 곳에서 사치 소비를 하는 강남 부유층을 동경하다보니 한국의 소비수준이 크게 높아졌으며, 한국의 교육도 날이 갈수록 더 경쟁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준다고 지적합니다.
교육시장의 세계화와 입시제도의 신자유주의화에 따라, 특권 중산층은 검찰청 인턴 등 자식의 스펙을 쌓아주려는 집합적인 노력을 했고, 자식이 국내 명문 대학을 못 갈 것 같을 때는 해외 유학을 좋은 대안으로 삼아왔던 현상도 적나라하게 짚어줍니다.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사진=심심]
세계적인 번아웃 전문가 제니퍼 모스가 개인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생산적인 직장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을 냈습니다.
한국은 저성상 시대를 맞아 경쟁이 심화됐고,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많은 업무량과 높은 집단의식을 갖춰 크게 번아웃의 영향을 받기가 쉽습니다.
이런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번아웃을 예방하고 관리할 책임을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조직과 리더의 노력과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하버드대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지원을 받아 저자는 번아웃 연구의 다른 세계적인 권위자인 크리스티나 매슬랙, 마이클 라이터, 데이비드 화이트 사이드와 함께 코로나19가 직장 내 안녕과 번아웃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1,500명의 리더를 분석한 저자는 외부에서 인지하는 성공 척도도 중요하지만, 인간 중심의 기업 문화가 밑받침돼야 한다며 조직은 아무리 좋은 의도일지라도 '공감의 리더십'이 토대가 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에 언급된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인 얀 드니브와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직원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다른 동료보다 뛰어나며, 업무 처리 속도와 효율성 면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입니다.
저자는 번아웃을 줄이고 모두 환영받는다고 느끼는 문화를 만들려면 조직은 포용성을 발휘해야 하며 개인 시간을 지켜주며, 특전 등 선물을 주기보다는 '시간을 주기'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공감의 반경
공감의 반경 [사진=바다출판사]
진화학자 장대익이 부자와 빈자, 남성과 여성, 진보아 보수 등 양극단으로 나뉘어 날선 전쟁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공감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서울대 과학학과 박사로서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연구원과 미국 터프츠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내는 장대익은 현재 개인의 행복과 집단의 존속을 갉아먹는 이 분열의 정신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저자 장대익은 통념과는 다르게 공감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쓰는 이른바 '급식충, 한남, 짱깨' 같은 혐오 표현과 계층별 전쟁의 원인이 바로 '우리 편'만 편애하는 공감이기에,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또, 취향 맞춤 알고리즘에 따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사용자들이 '우리 편밖에 없다'고 인식하기 쉬워졌지만 이는 다큐 영화 <소셜 딜레마>에 나온 어떤 개발자의 "20명의 개발자가 20억 명의 행동을 통제하는 기술"이란 고백처럼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의도적으로 개인들이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거나, 또는 기술적인 혁신으로 '개방적 추천 알고리즘'을 만드는 등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 속엔 남자와 여자는 외집단을 침입하는 위협에 다르게 대응하는 진화적 성향이 있을지, 혐오스러운 외집단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면 평가가 달라질지 등 대중의 흥미를 사로잡는 각종 뇌과학과 진화인류학 연구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소개됐습니다.
회복력 시대
회복력 시대 [사진=민음사]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회 사상가인 제레미 리프킨이 새 문명의 서사로 '회복력 시대'를 제시합니다.
8년간의 집필 기간 끝에 완성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지난 1일 동시 출간된 이 책에는 글로벌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혁신, 기후변화 등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집대성 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리프킨은 새롭게 부상하는 회복력 시대는 적응성에 발맞춘다며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소비자주권에서 환경책임주의로,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 의회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리프킨은 과학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하며 자연을 '자원'이 아닌 '생명의 원천'으로 보고 예측의 과학 등을 행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예술, 가지다
예술, 가지다 [사진=학고재]
감상과 투자, 가치와 욕망이 요동치는 미술시장에서 안목과 분별을 갖추고 중심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책이 나왔습니다.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 대표와 총괄 디렉터,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을 지낸 저자 주연화가 지난 9월 서울에서 세계 3대 아트 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개최된 이후 한국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이 될지 주목합니다.
저자 주연화는 판매와 구매를 모두 경험해본 인물입니다. 그녀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고 세상에 내놓는 갤러리스트이기도 했지만, 미술관과 기업의 관점에서 컬렉션의 방향성과 타당성을 수립하고 연간 100억 원 규모의 작품 구매를 운영해본 디렉터이기도 했습니다.
미술 현장에서 지난 20년 동안 뛰었던 저자는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작품을 소장하는 의미는 무엇이고 구매의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조언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