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적장애인 5차례 성폭행한 80대 남성 '무죄'…왜?
입력 2022-11-23 11:14  | 수정 2022-11-23 13:15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무죄 선고
1심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인 점 이용해 간음"
2심 "항거불능 상태라는 점·피의자가 인식했다는 점 증명 안돼"
대법원 "피해자 항거불능 상태 맞지만, 피의자는 몰랐을 수도"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81·범행 당시 79)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018년 집 근처 무료급식소에서 알게 된 지적장애 3급 장애인 B 씨(40대)를 2019년 2월 5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했다'면서 A 씨를 재판에 넘겼고, A 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장애인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B 씨의 지적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정도로 장애가 있으면 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B 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 때문에 항거불능이나 항거곤란 상태라는 점, A 씨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모두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한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점과 지적장애 3급은 지능지수 50~70으로 교육을 통한 재활이 가능하다는 점, '싫어하는 것'에 적극적인 거부 표현을 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이 여러 차례 함께 식사하는 등 친분이나 호감도 있었다고 봤습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장을 냈고, A 씨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대법원은 2심과 달리 B 씨가 사건 당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사 결과 B 씨의 지능지수는 57, 사회성숙도지수는 14로 나왔는데, 지능지수에 비해 사회지수가 매우 낮은 점에 비춰 B 씨에게 대인관계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특히 부족했다고 본 겁니다.

B 씨는 지인에게 울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A 씨와의 성행위를 원하지 않았지만 A 씨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고, 경찰 신고가 이뤄진 뒤에도 A씨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정신적 장애와 그로 인한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를 인정하지 않은 2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지만, A 씨의 고의를 인정하기엔 부족하므로 무죄 판단을 결과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 씨의 나이, 두 사람의 관계, A 씨가 성관계 요구를 하는 것에 B씨가 거절하지 못했던 점을 종합해보면 A 씨로서는 B 씨가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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