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버려진 컴퓨터에 개인정보 수백 건…자료 넘긴 농협은 '나 몰라라'
입력 2022-11-22 19:31  | 수정 2022-11-22 19:34
【 앵커멘트 】
정부의 유기질 비료 지원사업을 신청한 농가의 개인정보 수백 건이 술술 샜습니다.
버려진 컴퓨터에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담겨 있었는데, 이런 개인정보는 사용한 뒤 파기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비료회사에 농민들의 개인정보를 건넨 농협은 손을 놓고 있는데, 관리 매뉴얼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추성남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포천의 한 고물상입니다.

근처 공사장 관계자 이 모 씨는 이곳에 버려진 컴퓨터를 재활용하려고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를 열어보니 수백 건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포천과 가평, 하남 등 경기도와 춘천 등 강원도 농민들의 개인정보였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컴퓨터 최초 발견자
- "부서진 컴퓨터가 있어서 부품 좀 쓰려고 가져왔더니 거기 하드(디스크)가 있어서 열어 보니깐…."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비롯해 일부 문서엔 주민번호까지 나와있는데, 2013년부터 3년간 정부의 유기질 비료 지원 사업을 신청한 농가의 정보였습니다.

문서에 적힌 주소를 토대로 농가를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정보가 왜 유출됐는지 당황해 합니다.

▶ 인터뷰(☎) : 경기 포천 ○○읍 농민
- "(○○○) 선생님 맞으신가요?) 네. 누구세요? (○○동 85-13 사시는 거 맞으시죠?) 예. 예. 왜 내 정보가 노출됐나…."

▶ 인터뷰 : 경기 포천 △△읍 농민
- "(포천시) 소흘읍에 다 있는 사람들은 다 나와있는 건데요? 다 유출됐다고 봐야죠. 다 맞는데요? 이건 제 이름인데…."

다량의 개인정보가 담긴하드디스크를 추적해보니 유기질 비료를 생산해 배달하는 업체가 삭제도 하지 않고 폐기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수많은 농민들의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버린 행위는 현행법 위반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됐을 때는 지체없이 파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시행령에는 전자적 파일 형태는 복원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영구 삭제하도록 파기 방법까지 명시했습니다.

개인정보 미파기 등 필요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스탠딩 : 추성남 / 기자
- "개인정보가 담긴 컴퓨터를 버린 비료 업체입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폐업한 상태입니다."

이 비료 업체는 농민들의 개인정보를 지역 농협에서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농협은 이런 정보를 건네면서 관리나 처리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관련 매뉴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피해 농민들이 고소할 경우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뉴스 추성남입니다.[sporchu@hanmail.net]
영상취재 : 조영민·김현석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그 래 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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