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분야를 담당하는 방송기자에게 '모델하우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취재 포인트입니다. 방송기사는 영상, 그러니까 그림을 만드는 작업이 기본인데요. 모델하우스에는 아파트단지 전체 모형이 한 가운데 큼지막하게 있고, 새 집 내부도 깔끔하게 주택형별로 꾸며놓아 '찍을 거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부동산 기자를 시작한 후배들은 모델하우스를 가본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를 여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주택형 내부를 공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분양 시장에 사람이 몰려 굳이 수억 원을 들여가며 모델하우스를 짓고 홍보를 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죠.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을 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통제를 받아 분양가는 통상 주변 새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집값이 뛸 때는 분양이 잘 되니 건설사는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 조건을 가져가려고 하겠죠? 그래서 발코니 확장 비용은 당연히 분양받는 소비자 몫이고, 중도금 대출 이자도 후불제이거나 아예 지원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10%인 계약금을 20%로 높이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하면 정반대 현상이 벌어집니다. 아파트 분양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도 보통 2~3년 뒤 입주하는데, 하락기에는 입주 때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분양을 받을 유인이 약합니다. 그렇다보니 건설사들은 다시 모델하우스를 열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계약조건도 하나둘씩 변경하게 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 듯 합니다. 최근 미분양이 급격하게 늘면서 위기를 느낀 건설사들이 다시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것이죠. 보통 첫 카드는 중도금대출 무이자입니다. 수도권은 물론 서울 은평구와 구로구 등에서도 중도금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겠다고 나섰는데, 이 중 한 곳에선 계약과 동시에 현금도 3천만 원이나 주고, 발코니 공사도 무료로 했습니다. 분양가를 아예 15% 낮춰버린 사업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소비자들이 마음을 돌릴까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금요일에 매매수급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번 주 서울이 69.2로 2012년 8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락장을 점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한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최근까지도 "청약 당첨은 로또"로 불리며 드디어 다음 달 분양이 확정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흥행 역시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전용면적 84㎡기준 송파구 헬리오시티 시세가 17억 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13억 원대 분양가에 소비자들은 매력을 느낄까요?
중도금이자, 발코니 확장비는 물론 현금까지 줄 테니 '분양만 받아 달라'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단은 얼마나 보따리를 풀까요?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
그런데 최근에 부동산 기자를 시작한 후배들은 모델하우스를 가본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를 여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주택형 내부를 공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분양 시장에 사람이 몰려 굳이 수억 원을 들여가며 모델하우스를 짓고 홍보를 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죠.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로부터 대출 보증을 받을 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통제를 받아 분양가는 통상 주변 새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집값이 뛸 때는 분양이 잘 되니 건설사는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 조건을 가져가려고 하겠죠? 그래서 발코니 확장 비용은 당연히 분양받는 소비자 몫이고, 중도금 대출 이자도 후불제이거나 아예 지원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10%인 계약금을 20%로 높이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하면 정반대 현상이 벌어집니다. 아파트 분양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도 보통 2~3년 뒤 입주하는데, 하락기에는 입주 때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분양을 받을 유인이 약합니다. 그렇다보니 건설사들은 다시 모델하우스를 열고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계약조건도 하나둘씩 변경하게 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 듯 합니다. 최근 미분양이 급격하게 늘면서 위기를 느낀 건설사들이 다시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것이죠. 보통 첫 카드는 중도금대출 무이자입니다. 수도권은 물론 서울 은평구와 구로구 등에서도 중도금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겠다고 나섰는데, 이 중 한 곳에선 계약과 동시에 현금도 3천만 원이나 주고, 발코니 공사도 무료로 했습니다. 분양가를 아예 15% 낮춰버린 사업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소비자들이 마음을 돌릴까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금요일에 매매수급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번 주 서울이 69.2로 2012년 8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락장을 점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한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최근까지도 "청약 당첨은 로또"로 불리며 드디어 다음 달 분양이 확정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흥행 역시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전용면적 84㎡기준 송파구 헬리오시티 시세가 17억 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13억 원대 분양가에 소비자들은 매력을 느낄까요?
중도금이자, 발코니 확장비는 물론 현금까지 줄 테니 '분양만 받아 달라'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단은 얼마나 보따리를 풀까요?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