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왜 책임지는 '윗선' 없을까
입력 2022-11-14 21:37  | 수정 2022-11-14 21:46
'(회항) 불가능하다. 허드슨 강에 착륙할 것 같다.'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비행기, 하지만 기장의 노련한 대응으로 탑승객 155명 전원 무사귀환합니다. 언론과 대중은 기장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데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기장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비상착수는 생존 확률이 극히 낮은 대안이었거든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참사가 난 바로 그날 밤, 손을 덜덜 떨며 브리핑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구청장도 시장도 서울경찰청장도 없는 참사 현장에서 구조지휘는 물론 인파와 교통관리 업무까지 챙기며 고군분투했지만 참사가 발생 전 신고를 받은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받고도 출동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고 사고 발생 직후에도 소방 대응 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았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500명으로 구성된 특수본은 정작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보름 가까이 법리검토만 하고 있지요.

'인파가 몰릴 걸 예상하고 저희 용산소방서 내근직원과 비번자를 동원했으면 조금이라도 희생자들 덜 희생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과 통탄을…'

왜 사고 직후 대응을 아예 안 한 사람들은 제쳐두고 비번임에도 튀어나와 일을 한 사람에게 더 책임을 묻는 걸까요.

'만약 누군가 이번 시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 온전히 나 혼자 짊어질 것이다.'

1944년 6월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날 밤 연합군 총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은 작전이 잘못될 경우를 가정해 모든 게 자기 책임이라는 '실패할 경우의 편지'를 썼습니다.

리더는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눈치를 보는 자리가 아니라 결단을 하는 자립니다. 이런 걸 모르면서 대접만 받으려 한다고요? 그럼 그 사람은 진짜 리더가 아니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왜 책임지는 '윗선' 없을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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