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윤관 전 대법원장이 오늘(14일)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87세.
1935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윤 전 원장은 광주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2년부터 37년 동안 판사 생활을 했습니다.
서울민사지법·형사지법·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청주·전주지법원장 등을 거쳐 1986년 대법관이 됐고,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대법원장을 지냈습니다.
윤 전 원장은 대법원장 취임 첫해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주도하며 영장실질심사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구속영장 발부 전 판사가 직접 피의자를 심문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판사는 수사기록만을 가지고 구속영장 발부를 판단했는데, 이후 피의자의 사정을 법원이 직접 듣고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1996년 15만 건이 넘었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꾸준히 줄어 지난해에는 2만 2천 건 정도가 됐습니다. 영장 발부율도 10% 정도 떨어졌습니다.
윤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출범과 특허·행정법원을 신설하고,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실 설치와 사법보좌관 제도 시행 등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 때문에 권위주의 정권에서부터 이어지던 관행들을 타파해 사법부의 독립을 확보하는 등 사법개혁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퇴임 후 2000년에는 영산대학교 석좌교수와 명예총장으로 취임했고, 2004년부터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았습니다.
1999년에는 청조근정훈장, 2015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각각 받았습니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현 씨와 아들 윤준(광주고법원장) 씨, 윤영신(조선일보 논설위원) 씨, 남동생 윤전(변호사) 씨 등이 있습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되고 장례는 법원장으로 치러집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