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 전 대통령 측, '파양' 논란 하루 만에 풍산개 정부에 인도
입력 2022-11-09 07:04  | 수정 2022-11-09 07:06
북에서 온 평양남북정상회담 선물 풍산개. 수컷 ‘송강’(왼쪽)이는 2017년 11월생, 암컷 ‘곰이’는 2017년 3월생. 이후 곰이는 '다운이'를 낳았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송강, 곰이, 다운이까지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가 키웠다 / 사진 =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아 키워오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전날(8일) 정부에 인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이 반환 의사를 밝힌 지 하루만입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양측은 8일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서 만나 곰이와 송강을 인수인계했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건 풍산개 2마리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곰이와 송강은 병원에 입원한 상황입니다.

대통령기록관은 "풍산개를 맡아 관리할 기관, 관리 방식 등을 검토·협의 중"이라며 "관리기관이 결정되면 풍산개를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21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은 풍산개를 돌보고 있다. / 사진 = 청와대 제공


앞서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비서실을 통해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 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풍산개들은 법적으로 국가소유이고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문 전 대통령 퇴임 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었으나,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반려동물의 특성까지 감안하여, 대통령기록관 및 행안부와 문 전 대통령 사이에 그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협의가 이루어졌다"며 "윤석열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도 선의의 협의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는 까닭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며 "그에 따라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하였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그 후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하여 재입법예고 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듯 하다"며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대통령기록물의 관리 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그만"이라면서 "정이 든 반려동물이어서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위탁관계의 해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책임을 문 전 대통령에게 미루고 싶은 것일까. 아무래도 반려동물이어서 책임을 의식하기 때문일까"라며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대통령실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내고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문 전 대통령 측에서 풍산개를 맡아 키우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대통령실이 반대하여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서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문 전 대통령 측을 탓했습니다.

여야의 설전도 이어지며 북한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위탁 관리를 놓고 신구 정권 사이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값이 아까웠느냐.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고, 반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을 대통령실이다.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받은 선물은 생물과 무생물, 동물과 식물 등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국가의 소유가 됩니다. 하지만 풍산개의 경우 반려견의 특성상 주인과의 유대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난 5월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 반납되지 않고 양산 사저로 함께 갔습니다. 대신 풍산개 양육 비용은 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비용은 대략 한달에 250만 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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