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일 잘릴까 걱정하고 자책"…이태원파출소 가족의 호소
입력 2022-11-04 12:30  | 수정 2022-11-04 13:30
출입통제된 사고현장 지키는 경찰 / 사진=연합뉴스
"당시 바쁘게 일하지 않은 경찰 없어, 그들도 치료 필요한 사람들"
"계속 기동대 출동 요청했지만 윗선서 무시"

이태원 참사로 경찰의 대응 미흡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구조했던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2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 사진='블라인드' 커뮤니티 갈무리

자신을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 가족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분들, 유족께 조의를 표한다"고 말문을 연 뒤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라고 했습니다.

A씨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 가족을 포함한 당시 근무 경찰들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분들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인력이 없어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기동대 출동 요청을 계속 했지만 윗선에서 무시당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밤새 심폐소생술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고생했지만 정작 경찰 너희들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계셨던 경찰관, 소방관분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제 가족은 PTSD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징계받지 않을까, 혹시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며 "최선을 다해서 윗선 지시대로 일했는데 막상 문제 생기고 나니 내 탓이라며 나부터 징계받고 잘린다고 생각해봐라.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글에는 "경찰관들이 최선을 다하는 거 모르는 사람 없다", "현장에 나가 발로 뛴 경찰들이 대체 무슨 잘못이냐"라는 등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A씨는 이후 추가로 글을 올려 "가족은 지금도 계속 참사 당시를 떠올리며 '아, 내가 이렇게 행동했으면 사람 하나 더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매일 자책한다"며 "제발 이 사고를 파출소 직원 탓, 경찰 탓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 그들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현장에 있던 이태원파출소 경찰관에 대한 고강도 감찰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에 일선에서는 "지휘부가 현장 경찰관들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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