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태원 참사 현장서..."생명의 은인 찾고 싶어요"
입력 2022-11-03 11:12  | 수정 2022-11-03 11:16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3명, 깔린 사람들 극적으로 구조
사람들 외면하지 않았다...주변 식당들 도움의 손길 내밀어

핼러윈 당일 압사될 위기에 처한 수십 명을 살리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이 있었다는 한 시민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20대 A씨의 증언입니다.

A씨는 지난 29일 오후 6시쯤 친구들 5명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돌아다니던 중 해밀톤 호텔 옆 계단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위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아래에서 올라오는 인파 사이에 끼게 되었고, 순간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넘어지면서 4명의 남성들 무게에 짓눌리게 됐습니다.

A씨는 최대한 발버둥을 치며 15분가량 빠져나가려고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밭에서 무를 뽑듯이 올려주었고, 그렇게 그는 극적으로 구조되었다고 전했습니다.


키 182cm, 몸무게 96kg인 그를 들어 올린 흑인 남성은 A씨를 골목 옆 일본 술집으로 데려다 놓고 다른 동료 외국인 2명과 함께 압사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계속해서 구출했다고 합니다.

A씨는 "이들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는데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으며,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면서 "생명의 은인을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부상한 A씨의 다리. / 사진=연합뉴스

그날 인파에 깔려 왼쪽 무릎과 발목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그는 "은인을 찾기 위해 사고 이후 유튜브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 꼭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선예랑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nyehr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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