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불편 신고' 경찰 판단엔 "많이 속상해"
"몰린 인파에 남편과 딸 놓치기도"
"몰린 인파에 남편과 딸 놓치기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 "압사 당할 것 같다"고 112에 최초로 신고한 A씨가 핼러윈 데이를 맞은 지난달 29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보고 무서움을 느꼈다면서 당시 상황으로 인해 자신도 같이 간 남편과 중학생 딸을 놓쳤다고 밝혔습니다.
112 최초 신고자이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오늘(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세계음식문화거리 구경을 하는데 제가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정도였다"며 "중학생 딸과 같이 걷다가 제가 딸을 쥐고 가려고 하면 더 위험해서 제가 한쪽으로 살짝 빠져서 공간을 만들고 딸이 내려갔다. 그 때 딸하고 남편을 놓쳤다"고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의 지형을 잘 알았던 A씨는 "비탈이니까 (빠져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틈새를 봐서는 직진을 해서 해밀턴 호텔 안에 있는 옷가게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서 내려왔다. 제가 (남편과 딸보다) 먼저 내려왔다"며 "제가 키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서 돌아가더라도 평지로 가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내려와서 112에 전화를 했고 그 다음에 나중에 저희 딸이 내려오고 그 다음 저희 남편이 내려왔다"며 "이태원 1번 출구로 굉장히 많은 인파가 올라오고, 웃으면서 위에 벌어지는 상황을 모르고 그 골목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서는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112 신고를 할 때 자신이 '압사'라는 단어를 쓴 지도 인식하지 못했음을 전하며 "저희 딸이 '엄마 그 당시에 통화할 때 그 단어 썼어. 내가 들었어' 그랬다"면서 그 정도로 평상시와는 완전 다른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첫 신고는 일반적 불편 신고로 판단했고, 압사 당할 것 같다는 표현도 평상시에 '아 죽을 것 같다'고 말하듯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판단했다'는 경찰의 입장엔 "많이 속상하다"며 "제가 전화했을 때는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그 이후 점점 인구가 더 많아지지 않았냐. 경찰이 현장에 나와 계셨다면 (통제에 대한) 판단을 했을 것이고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A씨는 "택시 타고 집에 오면서도 제가 젊은 사람들한테 인간띠라도 만들자고 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며 "통제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안에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더 강한 통제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판단해 주실 수 있는 어떤 분도 없었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고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앞서 3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 경찰에 전화를 걸어 "클럽 가는 길 해밀턴 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진짜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그 올라오는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 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거기서 빠져 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그 다음에 클럽에 줄 서 있는 그 줄하고 섞여 있거든요"라고 상황의 급박함을 알린 바 있습니다.
한편, 통상적으로 민원 관련 신고자의 경우 신고 내용에 대한 처리 결과 통보를 받게 되어있지만 A씨는 민원 처리 결과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 전문
▲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신고 녹취록
경찰관 - 긴급신고 112입니다
A씨 - 여기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길인데요
경찰관 - 이태원 메인스트리트요 네
A씨 - 여보세요 클럽 가는 길 해밀톤 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경찰관 - 해밀톤 호텔 골목에 있는 이마트24요
A씨 - 네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경찰관 -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되고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
A씨 - 네 네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그 올라오는 그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그 다음에 클럽에 줄 서 있는 그 줄하고 섞여 있거든요. 올라 오는 인구를 막고 예 막으면 내려온다는…
경찰관 - 클럽에 서 있는 줄하고 줄, 서 있는 인파하고 줄 서 있는 인파하고…
A씨 - 네 그 다음에 그 메인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하고 그 다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
경찰관 - 아 이태원역에서 나오는 사람들 이태원역에서 빠져나가는 아 그쪽에서 골목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인파 섞여서…
A씨 - 네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다니고 있거든요.
경찰관 -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해 볼게요.
A씨 - 애들도 네.
경찰관 - 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