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글씨 없는 리본 달아라"→"글씨 있어도 괜찮다"…정부 지침에 지자체들 혼선
입력 2022-11-01 13:47  | 수정 2022-11-01 13:49
광주 북구청에서 공무원들이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자체들, 글자 없는 리본으로 재구매 하거나 리본 뒤집어 패용하기도
박홍근 "정부의 행정력이 사고 수습에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다시 "글자가 있어도 된다"고 말을 바꾸면서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행정안전부는 각 시·도와 중앙부처 등에 '애도기간 동안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유례 없는 지침에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상황 점검 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근조' 글자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달고,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근조' 글자가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다는 등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 / 사진 = 연합뉴스

일부 지자체는 기존에 사용하던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가 급하게 글자 없는 리본을 새로 구매하는가 하면, 글자가 적힌 리본을 뒤집어 패용한 지자체도 있었습니다.

이를 본 추모객뿐만 아니라 리본을 찬 일부 공무원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근조'라는 단어가 죽음에 대한 슬픈 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니, 참사 부상자들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통일성을 위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보여주기식 애도", "책임 회피의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인사처의 검은 리본 지침은 과도했다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쓰라는 지침까지 내려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행정력이 사고 수습에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인사혁신처는 오늘(1일) 오전 설명자료를 통해 "이태원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글씨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인사처는 "검은색 리본 패용 안내 이후 관련 문의가 많아서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패용하라고 설명한 것"이라며 "국가 애도 기간 중 복무 기강확립과 애도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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