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까지 함께 이동 후 직접 휠체어까지 태워줘... 참사 속 의인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있는 딸을 구하기 위해 1.5km가량을 뛴 아버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젊은 커플이 화제입니다.
어제(31일), 아버지 A씨(62)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사 당일 도움을 받았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는 딸의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된 A씨는 통화가 계속 끊어지는 탓에 딸에게 "무슨 일이야?"라며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에 A씨의 딸은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 가려다가 맨 밑에 깔렸어. 여기 사람들 다 죽었어. 살려줘. 나 무서워"라고 답했습니다.
A씨는 황급히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갔지만 쏟아지는 인파에 도로가 막혔고 결국 택시에서 내려 1.5km를 뛰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아비규환 속 목숨을 건진 딸이 파출소에 누워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상이 심해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만큼 고통스러워했지만, 사망자를 비롯해 중상자가 많아, 경찰과 소방관들이 모두 대응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방법이 없자 A씨는 딸을 업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이들 남녀는 부녀를 태우고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고로 인한 사상자들이 많아 응급실은 포화 상태였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부녀가 사는 곳을 물어본 뒤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태워주었습니다. 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휠체어를 가져와 옮겨 태우는 등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A씨는 서너 시간 동안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자 약소한 돈이라도 주려 했지만, 한사코 안 받고 돌아갔다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한편 A씨의 딸은 다리뿐만 아니라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콩팥) 손상을 입었고, 현재는 고비를 넘겨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won29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