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어가는데 춤추고 노래하다니"…오열하는 20대 호주男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대참사'로 친구를 잃은 호주의 20대 남성이 '한국의 무대책이 부른 참사'라며 분노했다.
호주 9뉴스는 31일 이태원에서 사망한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 네이선 타버니티가 티톡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처럼 밝혔다고 보도했다.
9뉴스에 따르면 타버니티는 "그레이스의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태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레이스가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을 때 현장에 같이 있었다"며 "나는 내 친구 중 한명의 손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같이 간 친구 중 2명은 중태에 빠졌고 1명은 사망했다"며 "대비가 제대로 안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경찰과 응급서비스 인력이 부족했다는 타버니티는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며 "나는 내 친구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찍고 있거나 노래 부르고 웃는 걸 지켜봤다"고 분노했다.
또한 '뒤로 물러서'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죽어갔다고 했다.
타버니티는 경찰이 도착하기까지는 30분, 지원인력이 오기까지는 1시간이 걸렸고 구조대는 더 지나서야 도착했다고 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의사 등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호주 현지 매체는 불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래치드에 대해 영화제작사에서 일하던 '밝은 미소의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래치드의 가족은 성명에서 "그레이스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친절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를 모두가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레이스를 그리워 할 것이라고 슬퍼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총 30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로 154명이 숨지고 33명이 중상을 입는 등 149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26명이다. 사망자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