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한파로 거래 규모가 전달에 비해 100조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장내외 채권 거래금액이 334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월별 채권 거래금액은 400조원대 중반에서 500조원대를 유지해왔는데, 10월 들어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불안감에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가 없었던 영향으로, 전달과 비교해 전체 채권 거래대금의 4분의 1이 줄었다. 월별 기준으로 채권 거래금액이 300조원대에 머문 것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2019년 월간 600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채권 시장 거래금액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70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5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과 함께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거래금액은 400조원 중반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강원도가 2050억원 규모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채권 시장에 거래 가뭄이 본격화됐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신용과 관련된 일이 발생하다 보니 시장이 빠르게 경색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결국 채권 신규 발행을 비롯해 거래가 잘 되지 않아 10월에는 거래금액이 빠르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A증권사의 한 채권 담당 부장은 "9월 중순 이후부터 시장에 나온 채권을 소화할 만한 유동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나마 금리가 월등히 높은 채권이나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 위주 채권이 시장의 돈을 쓸어 가면서 특히 회사채 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원은 "기관투자자의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이 9~10월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하지만 10월의 급격한 축소는 신용 시장의 거래 경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자금 시장이 경색된 요인 중 하나였던 한전채는 시장에 계속 공급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이 올해 초부터 지난 30일까지 발행한 한전채는 2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적자 누적에 따라 지난해 채권 발행(11조7700억원)이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9월과 10월의 발행 물량은 5조1400억원이나 됐다.
한전채가 6%에 가까운 금리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효과로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채들이 시장에서 수요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자금 시장 경색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한전채는 다르다. 한전은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한전채를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다. 전력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한전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한전채 물량만 11월에 6300억원, 12월에는 4000억원이다. 여기에 신규 발행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면 시장 충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채 발행은) 계획된 대로 진행된다"며 "한국은행의 적격담보증권에 한전채가 포함됐으니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조원 규모 '제2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추진해온 증권업계는 대형 9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를 제공하고 자금 500억~1000억원을 빌려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중소형 증권사가 보유한 ABCP를 매입하기로 했다.
[원호섭 기자 / 김명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장내외 채권 거래금액이 334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월별 채권 거래금액은 400조원대 중반에서 500조원대를 유지해왔는데, 10월 들어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불안감에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가 없었던 영향으로, 전달과 비교해 전체 채권 거래대금의 4분의 1이 줄었다. 월별 기준으로 채권 거래금액이 300조원대에 머문 것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2019년 월간 600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채권 시장 거래금액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70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5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과 함께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거래금액은 400조원 중반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강원도가 2050억원 규모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채권 시장에 거래 가뭄이 본격화됐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신용과 관련된 일이 발생하다 보니 시장이 빠르게 경색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결국 채권 신규 발행을 비롯해 거래가 잘 되지 않아 10월에는 거래금액이 빠르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A증권사의 한 채권 담당 부장은 "9월 중순 이후부터 시장에 나온 채권을 소화할 만한 유동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나마 금리가 월등히 높은 채권이나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 위주 채권이 시장의 돈을 쓸어 가면서 특히 회사채 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원은 "기관투자자의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이 9~10월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하지만 10월의 급격한 축소는 신용 시장의 거래 경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자금 시장이 경색된 요인 중 하나였던 한전채는 시장에 계속 공급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이 올해 초부터 지난 30일까지 발행한 한전채는 23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적자 누적에 따라 지난해 채권 발행(11조7700억원)이 평년의 두 배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9월과 10월의 발행 물량은 5조1400억원이나 됐다.
한전채가 6%에 가까운 금리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효과로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채들이 시장에서 수요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자금 시장 경색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국고채 발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한전채는 다르다. 한전은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한전채를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다. 전력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한전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한전채 물량만 11월에 6300억원, 12월에는 4000억원이다. 여기에 신규 발행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면 시장 충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채 발행은) 계획된 대로 진행된다"며 "한국은행의 적격담보증권에 한전채가 포함됐으니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조원 규모 '제2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추진해온 증권업계는 대형 9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를 제공하고 자금 500억~1000억원을 빌려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중소형 증권사가 보유한 ABCP를 매입하기로 했다.
[원호섭 기자 / 김명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