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잇는 일을 하고 싶어" "비빔밥이 맛있었어"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일본인 도미카와 메이(26)씨가 사고 당일 그녀의 아버지와 나눈 메시지 등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31일 홋카이도 뉴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메이씨는 전날 아버지 도미카와 아유무(60)씨와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평소 아버지에게 자주 소식을 전하던 그녀는 이날도 "인사동이라는 곳에서 먹은 비빔밥이 맛있었어!! 오늘은 같은 반 프랑스 친구를 만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딸의 메시지에 도미카와씨는 "중국음식이나 일본음식과 닮은듯 하면서도 조금 다르네. 여러 나라 친구들이 생겼구나"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 메시지는 그가 딸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됐다.
도미카와씨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딸이 가족들에게 장래에 한국과 일본을 잇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딸이 정말 한국을 좋아했고 즐거워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당 소식은 일본 포탈 야후재팬에서 화제가 되며 삽시간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도미카와 씨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딸이 걱정돼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마침내 받은건 한국 경찰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주웠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딸이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며 "딸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기원했지만 외무성으로부터 일본인 희생자 2명 중 한 명이 딸 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딸의 얼굴을 보려 곧장 집을 나선 도미카와씨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취재진에 "빨리 딸을 만나고 싶다. 전날에도 친구랑 놀러 간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설마 이런일이 생기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끝내 울먹였다. 홋카이도 출신으로 K팝을 특히 좋아했다던 메이씨는 지난 6월 한국을 찾아 서울 시내 어학원을 다니며 한국어를 공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사망한 다른 일본인 여성은 사이타마 출신으로 건국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코즈치 안(18)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윤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