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태원 참사' 고의로 밀었단 증언 속출…과실치사상죄 적용되나
입력 2022-10-31 15:54  | 수정 2022-10-31 16:13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변호사 "미필적 고의에 의한 폭행 치사 등 과실치사죄 성립 가능성 있어"
"사고 발생 골목은 공중이용시설 포함 안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려워"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자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커진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특정 인물들이 사람들을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속출하며 과실치사상죄가 적용 가능한 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사망자는 최소 154명입니다. 이중 외국인 26명이 포함됐으며, 부상자 149명 중 33명이 중상자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과실치사죄 성립가능성 있나?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노마스크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이 원인이라고 전해졌지만, 사고 당시 특정 인원이 고의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인 30일 오전 12시29분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정확히 이거였다. 뒤에 온 사람들이 못 들어가니까 '야, 밀어!'라며 몸으로 밀었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지난 30일 오전 3시 35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뒤에 있던 20대 후반 정도 사람이 '아, XX. X같네. 밀자 얘들아'라며 친구들끼리 '밀어, 밀어'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뒤에서 미니까 사람들이 우수수 넘어졌는데,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쭉쭉 갔다. 이런 레퍼토리가 반복되며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 등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을 재구성하고 합동 감식을 진행하며 이들에 대해 특정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가수사본부는 현재까지 목격자 44명을 조사했고 공공 CCTV는 물론 사설 CCTV까지 총 42개소 52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특수통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범죄혐의를 의율 할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해 폭행치사, 행위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 해도 과실치사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형법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할 경우 이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며, 만약 중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된다면 최대 형량은 5년 이하 징역형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다만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경찰 수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실제 범죄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경우 반발 여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직 부장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행인 중 가해자를 찾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되겠지만,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행인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의 업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업무상과실치사·중대재해법은 적용 어려워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축제기간 이태원 일대에 하루 1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평소 주말보다 많은 경찰인력 137명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이태원 인접 지구대, 파출소 야간순찰팀도 평소 대비 1.5배로 증원했지만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박성배 변호사는 "재난안전법이 개정되면서 민간 주최 행사에도 신고 의무가 있고, 신고를 받은 국가나 지자체는 사고 예방 조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주최가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며 "관련 법령상으로는 곧바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 역시 "국가나 지자체, 경찰 등의 안전조치 미흡이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숨지는 사망사고를 예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인정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상 중대 시민 재해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등에서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에게 책임을 묻도록 합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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