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당신은 운 좋게 살아남은 것"…삼풍 생존자 '이태원 참사' 애도
입력 2022-10-31 15:24  | 수정 2022-10-31 15:52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로 1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가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며 "이번에는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30일 이선민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느닷없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고 의아해했다.
이씨는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하는 것 같다"며 "위험천만한 생존게임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며 "사람이 사람에게 깔려 죽은 명백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말미에는 피해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유족들의 마음을 달랬다. 이씨는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습니까"라며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일도 제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앞서 다른 모든 무고한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러했듯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가 트라우마센터 포럼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직업적 트라우마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복을 입었을 뿐 그들 역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며 "이번 이태원 사고 현장을 수습했던 소방관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산만언니'라는 필명으로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작가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은 지난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부실 공사로 무너지면서 502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고 93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