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경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빠져 나가는 수신(예금) 유치를 위해 저축은행권에서 고금리 예금 상품이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전에 특판 한도를 밝히지 않고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 금액을 초과하거나 달성하면 특판을 갑자기 종료하는 방식이다. 기습적인 특판 실시와 종료에 기회를 잡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은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연 6.5%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을 지난 28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한 OK저축은행은 이날 특판 종료를 알렸다. 사흘 기간 동안 주말이 포함된 만큼 비대면 채널을 제외한 영업점에서는 특판 시작일인 28일 단 하루만 팔았다. OK저축은행은 특판을 실시하면서 사전에 판매 한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이번 정기예금 특판을 통해 7000억원이 넘는 수신을 유치했다.
이는 순증액 기준으로 기존 고객이 특판 상품으로 갈아탄 것을 제외한 집계다. 때문에 특판에는 사흘 동안 약 1조원 가까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업권에서는 수신 유치와 방어를 위해 기존 상품의 금리를 게릴라식으로 대폭 올렸다가 다시 예고 없이 내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일 다올저축은행은 'Fi 리볼빙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6.5%까지 올렸으나, 금리 인상 당일 약 5000억원이 몰리면서 하루 만에 금리를 연 5%대로 낮췄다. 예상외로 많은 수신이 몰리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금리를 다시 내린 것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고금리로 유치한 수신은 그만큼 이자를 붙여 다시 예금자들에 돌려줘야 하는데 결국 부채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연 6.5% 정기예금 금리에 합류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 21일부터 나흘 동안 고금리 예금을 판매했다. 이 기간 약 5000억원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업계에 지나친 수신 경쟁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빠져나가는 수신 방어를 해야 하는 개별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급하다. 일단 살고 봐야 하기 때문.
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데다 연말 도래하는 만기 예금 재유치 등이 맞물린 만큼 현재 금리를 큰 폭 인상해 수신 고객을 잡는 게 나중에 하는 것보다 비교적 덜 비싼 값을 치른다는 판단이 업계에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리 경쟁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기 직전 유행한 고금리 후순위채권 판매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후순위채권 금리 경쟁이 촉발됐고 줄을 서서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주요 대형 저축은행에서는 완판 사례가 잇따랐지만 결국 저축은행 부실로 후순위채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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