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휴가 나온 미국인 의사도 심폐소생술…구조 '안간힘' 쓴 의료인들
입력 2022-10-31 09:12  | 수정 2022-10-31 09:23
이태원 참사로 부상자들을 구조하는 현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인 의사 아키야트 씨 "도울 당시 대부분 사망 직전이거나 이미 사망했다고 생각"
"인파와 쓰러진 사람들에 막혀 큰길에 있던 구급차 진입 늦어졌다"
근처 있던 한국인 의료인도 달려와 CPR 실시

서울 이태원 참사 당시 아비규환의 상황 속 한국에 휴가를 나온 미국인 의사가 현장 구조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의사 소피아 아키야트(31) 씨는 참사 당시 미 텍사스에서 온 친구 A 씨와 사고 현장 근처 클럽에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사람들이 피해자들을 골목을 가로질러 옮기려 하자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일반 의학을 전공한 피부과 의사 아키야트 씨는 현장으로 가서 쓰러진 남성의 맥박을 체크하고 심폐소생술(CPR)을 했습니다. 그가 의사라는 사실을 알아챈 경찰관은 사고가 벌어진 골목으로 함께 가자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아키야트 씨는 "우리가 그들을 돕고 있을 당시 이들 대부분이 사망하기 직전이거나 사망했다고 생각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는 골목의 입구를 인파와 쓰러진 사람들이 막고 있어 큰길에 있는 구급차의 진입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소방당국에 따르면 선발 구조대는 2km 정도 떨어진 용산소방서에서 신고 접수 2분 만인 오후 10시 17분쯤 투입됐지만 구급차 등 긴급차량 140여 대가 도착하는 데는 1시간가량 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친구 A 씨도 그를 도와 사람들을 좀 더 넓은 장소로 옮기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우리가 거기 있었다면 우리도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인 의사 외에도 사고 당시 우연히 현장 근처에 있던 한국인 의료인들도 CPR을 하기 위해 달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제(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의료인이라고 소개한 B 씨가 "평상시에도 무딘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끔찍했다. 몇십m 전방부터 구급차 소리에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며 "응급구조사가 눕힌 사람 한 명에게 CPR을 하는데 코에서는 코피가 나고 입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을 살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정희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ango1998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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