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아들을 떠나보낸 미국인 아버지 "참사 30분 전 문자 보냈는데"

미국인 희생자 부친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
"아들, 사람 돕는 것 두려워 않았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둘째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가 슬픔을 전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아내와 쇼핑 중이던 스티브 블레시(62)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동생으로부터 '한국의 상황을 알고 있느냐'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서울에 있던 차남 스티븐(20)이 걱정돼 스티븐의 친구와 주한미국대사관 등에 연락을 돌렸고 대사관 측으로부터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미국인 2명 중 한 명이 스티븐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블레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며 "그냥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 감각이 없이 망연자실하고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은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를 다니다 해외 대학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싶어했지만 코로나19로 2년간 발이 묶였다가 이번 가을학기에 한양대로 왔습니다. 부모는 지난 8월 아들은 애틀랜타 공항에서 눈물로 배웅하고,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동아시아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해 꿈을 응원했습니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다 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했다. 하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블레스는 아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토요일 밤을 맞아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친구들 중 몇 명은 인파를 피해 빠져나갔지만 아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티븐은 여행과 농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들이었다며, 보이스카우트 최고 영예인 '이글스카우트'였다고도 전했습니다.

스티븐 블레시 외에 이번 사고로 숨진 또 다른 미국인은 켄터키대 학생 앤 기스케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희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ango199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