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태원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좁은 골목…어떻길래?
입력 2022-10-30 14:14  | 수정 2022-10-30 16:06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은 폭 3.2미터, 길이 40미터 수준으로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높이 차이는 4.6미터(경사도 10.4%)입니다. 위쪽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아래쪽 사람들을 덮여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길이 40m, 폭 3.2m...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
심정지·호흡곤란 환자 수백 명에 CPR 구급 대원 부족
참사 후 귀가하려는 시민 차량으로 교통도 혼잡

어젯밤(29일) 벌어진 이태원 압사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원이 몰린 것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아직 경찰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핼러윈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경사진 좁은 골목에 몰려 순식간에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턴 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입니다. 해밀턴 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의 길이는 40m, 폭은 3.2m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 추정됩니다.

골목길에서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상하 고도차는 4.6미터로, 경사는 10% 수준입니다. 아래 쪽이 낮다 보니 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아래 쪽에 있는 사람들로 넘어서, 아래쪽 사람들이 자연스레 깔리는 구조입니다.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어서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사람의 동선이 겹쳐 밀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이 길의 한쪽은 해밀턴 호텔의 외벽이어서 사람들이 피할 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 통행을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이 골목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혼란이 일었습니다.

현장에 있었으나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공통으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가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은 사고가 일어난 계기를 특정하기보다는 "순식간이었다"고만 표현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워낙 사람이 많았던 탓에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아래에 깔린 사람들을 빼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소방서와 사고 현장은 100m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인파를 뚫고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심정지, 호흡 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발생하면서 1대1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 대원도 턱없이 부족해 현장에 있던 시민들까지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장 목격자들은 참사 후 귀가하려는 시민의 차량이 이태원로에 집중되면서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수사할 계획입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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