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에서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쓰러졌다."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 목격자들은 공통적으로 이같이 전했다.
이태원 압사사고가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로 이어진 데에는 이처럼 경사진데다 폭까지 좁은 골목길에 수만명의 인원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는 경찰 추산 10만명이 몰렸다.
3년만에 '노마스크 핼러윈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자 미처 손 쓸 겨를 없이 순식간에 당했다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SBS뉴스를 통해 "현장 도로 자재가 미끄러운데다, 술과 액체류 등이 바닥에 뿌려져 있어 사람들이 더욱 쉽게 미끄러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고가 벌어진 곳은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뒤편 번화가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이 길은 폭이 4m내외로 성인 5~6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데다 경사가 큰 내리막길이다.
전날 밤 이 길에는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수만명의 인파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특히 번화가와 대로변을 있는 삼거리 길목이다보니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와 이태원역에서 나와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동선이 겹쳤다. 여기에 골목 곳곳에서 대로변으로 나오려는 사람들까지 합류했다. 그러나 해당 길의 한쪽은 해밀톤호텔의 외벽이어서 그야말로 사람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전날 밤 10시 15분경 이 길에서 시민 중 일부가 갑자기 넘어졌고 이내 사람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현장에서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나 특정 업체의 행사장에 몰렸다는 등의 결정적 계기보다는 그저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핼러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유명 연예인 등을 보기 위해 인파가 더 몰려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고 발생 직후 일부 사람들은 "살려주세요"를 외쳤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골목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데다 도로변 차량도 꽉꽉 막혀 당시 출동한 소방과 경찰은 구조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대원과 경찰이 도미노처럼 쓰러진 인파 속 아래에 깔린 피해자들을 빼내려고 했지만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며 이마저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과 경찰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이들을 한명씩 맡아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를 했다. 그러나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자 인력이 부족해 주변 시민들까지 가세해야 했다.
현재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최초 사고 경위가 불명확한 만큼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계 관계자의 진술과 CCTV를 토대로 이태원 압사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30일 소방당국은 이태원 사고로 이날 오전 10시 기준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외국인 사망자는 19명으로 늘어났다. 소방당국은 "이란·우즈벡·중국·노르웨이인이 사망자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성별은 여성 97명, 남성 54명으로 집계됐으며 나이대는 대부분 10, 20대로 파악됐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부상자 중 일부가 치료 중 사망하거나 치료 후 귀가했다"며 "사망자 대부분이 10∼2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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