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4일만에 사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 자리에 오른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의 가족 재산을 놓고 야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낵 총리 가족 재산은 7억3800만파운드(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같은 배경은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좋아 보일리 없다.
이 때문에 야당과 여론은 대놓고 수낵 총리의 재산을 비판하고 있다.
노동당은 지난 26일 국립 의료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2만년 일해야 벌 수 있는 재산이라고 꼬집었다.
정치 평론가들도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수낵 총리의 재산에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치행정학 교수인 버넌 보그다노는 "그의 재산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가 지출 삭감에 따른 고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취약 계층의 호소에 민감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덜 부자인 누군가보다 더 나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수낵 총리와 소속 당인 보수당은 그의 재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수낵 총리의 재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본인 보다 부인인 아크샤타 무르티의 비중이 크다. 무르티는 부친이 창업한 인도 기술 대기업 '인포시스' 지분 1%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오히려 수낵 총리만 보면 '금수저'라기 보다는 자수성가쪽에 가깝다. 과거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부모가 열심히 일한 덕에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 그는 엘리트코스를 밟고 금융계로 진출해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그의 현재 배경에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26일 하원에서 수낵 총리에게 '비거주 과세 규정'을 철폐할 것인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 규정은 영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해외 소득에 대해서는 영국 과세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수낵 총리 부인인 무르티를 겨냥한 것이다.
또한 런던에서 부촌인 켄싱턴에 아파트 한 채, 침실 5개가 달린 주택 한 채, 잉글랜드 북부에 수백 년 된 저택 한 채, 미 캘리포니아에 펜트하우스 한 채 등 그의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명품을 애용하는 수낵 총리의 차림새조차도 여론의 타깃이 될 것으로 WSJ는 보고 있다.
영국 빈민가 중 한 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명품 구두 프라다 신발을 신은 모습이 화제가 됐고 한벌에 수천 달러인 런던 양복점 '새빌 로' 정장을 입은 모습도 눈길을 끌었기 문이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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