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유업계 경쟁사 추락에 반사이익?…우리만의 비결 있다 [챌린저스]
입력 2022-10-28 08:28  | 수정 2022-10-31 15:16
[이승환 기자]

혹자는 경쟁사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격이라고 했습니다. 1위 업체마저 여성 혐오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표정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죠. 유업계 시장에서 매출 규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매일유업의 얘기입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 유업계 빅(Big)3 중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여줬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8176억원을 올려 서울우유(9220억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고요. 3위 남양유업(4690억원)과는 격차를 더 벌렸습니다.
저출산 여파로 유업계 상황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1위 자리를 바짝 뒤쫓고 있는 매일유업만의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요.
◆ 걱정컸지만…코로나 사태 속 매출·영업이익 선방


[사진출처 = 매일유업]
28일 유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코로나19 사태 속 경쟁사들이 부침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지난 3년간 꾸준히 실적 개선을 보여줬습니다. 매일유업(별도) 매출은 ▲2019년 1조3916억원 ▲2020년 1조4604억원 ▲2021년 1조5435억원으로 증가했고요. 영업이익은 ▲2019년 895억원 ▲2020년 883억원 ▲2021년 939억원으로 비교적 선방했습니다.
유업계가 혼돈을 겪었던 지난해 1위 업체 서울우유는 1조8434억원이란 매출을 찍었습니다만 영업이익이 582억원으로 전년대비 2.1% 가량 감소했습니다.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은 매출 1조원을 넘지 못했고, 적자 탈출에도 실패했지요.
◆ 도대체 비결 뭔데?…"흰 우유 포기 못해"


[사진 = 매일유업]
소비자들은 불만입니다. 우유가 남아돈다는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는 의문 때문입니다. 유업계에서는 생산비연동제에 따라 오르는 원유가격과 원유할당제(의무 매입 물량)를 지목합니다. 원유할당제로 원유마저 남아 팔수록 손해지만 이를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죠.
매일유업은 그러나 우유 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위기 속 우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야말로 매일유업만의 전략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우유를 파는 회사로서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부적으로 공유돼 있다"며 "이를 위해 우유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한편 멸균 유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유 상품 가치를 높인 예로는 상하목장과 소화가 잘되는 우유(락토프리 우유)를 빼놓을 수 없죠. 상하목장은 국내 유기농 우유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유 속 지방 섭취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층을 공략해 우유의 지방함량을 0%, 1%, 2%로 세분화한 제품은 그야말로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을 개발한 사례입니다. 이밖에 대리점 중심의 기존 영업망을 온라인 중심으로 발빠르게 전환한 것도 성장 비결로 꼽힙니다.
◆ 새 먹거리로 다이어터부터 '100세 시대' 고령층 공략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사진 = 매일유업]
매일유업은 우유업계 뿐 아니라 식음료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는 유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이자 최장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김선희(사진) 대표의 영향이 큽니다. 김 대표는 매일홀딩스 김정완 회장과 사촌지간입니다. 서울우유와 남양유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 우위를 점하기 위해 김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인데요. 그게 벌써 12년전 일입니다.
그 동안 김 대표가 발굴한 새 먹거리로는 아몬드 브리즈, 어메이징 오트와 같은 식물성 음료와 성인영양식 셀렉스 등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두유보다 아몬드 음료가 더 잘 팔리는 것에 주목해 아몬드 브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아몬드 브리즈는 우유나 두유보다는 덜 진하지만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고요. 무엇보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주로하는 2030세대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 받고 있지요.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는 김 대표가 최근 힘을 싣고 있는 사업입니다. 단백질 보충제 뿐 아니라 뷰티, 장건강 등을 챙긴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100세 시대를 대비하자는 복안에서죠. 실제로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1일자로 매일헬스뉴트리션 신설 법인을 설립, 셀렉스만의 전문성 강화와 역량 집중하고 있습니다.
◆ 엄마들 마음을 잡아라…출산장려부터 육아 정보공유까지


[사진 = 매일유업]
과거 귀했던 우유가 요즘 찬밥 신세가 된 데에는 분유와 생우유를 먹을 아이들이 날로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역대 최저를 찍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지요.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분유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5년부터 앱솔루트 맘스쿨을 열어 출산을 장려하고, 건강한 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관련 정보를 제공해오고 있고요. 2011년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모유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모유연구소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실제 모유 2만건 이상, 아기똥 22만건 이상을 분석, 한국인 엄마 모유에 가장 가깝게 분유를 설계하기 위해 힘써왔는데요. 이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앱솔루트 유기농 궁'을 최근 리뉴얼해 내놓았습니다.
유업계는 저출산 기조 속 환율과 물류비, 인건비 등으로 원가율마저 상승해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우유를 사마시는 소비자층과 꾸준히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매일유업만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편집자주] 1위 상품은 늘 조명을 받습니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선 '히트 메뉴'를, 잘 모르는 분야에서 상품을 고를 땐 '판매 1위'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 빛에서 살짝 벗어난 상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 등 빛에 도전하는 이들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자신만의 전략과 방식으로 맹렬히 1인자를 쫓는 챌린저스를 소개합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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