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자사의 OTT 서비스 '애플TV+'의 구독료를 인상한 가운데 이번 인상안이 매출 향상에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미국의 애플TV+ 월 구독료를 기존 4.99달러에서 6.99달러로 2달러(약 40%) 인상했다. 구독료가 오른 건 지난 2019년 11월 애플TV+ 출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상안은 미국에 국한되지만, 조만간 다른 국가에도 적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플은 구독료를 올린 이유에 관해 "애플TV+ 출시 때 쇼와 영화가 몇 개뿐이어서 가격이 낮았다"라고 밝혔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많아졌으니 구독료 인상은 합리적 결정이라는 뉘앙스다. 애플TV+는 다른 OTT 서비스와 다르게 자체 제작 콘텐츠만 제공하는데 느리지만, 굵직한 콘텐츠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 '양보다 질' 전략으로 점유율 7% 달성
지난 2020년 하반기 기준 애플TV+의 콘텐츠 보유량은 넷플릭스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11월 국내 출시 당시 콘텐츠 수는 약 70개였다. 거의 모든 콘텐츠가 4K HDR 화질과 돌비 애트모스 음향을 지원하는 건 큰 강점이었지만, 콘텐츠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런데 양 대신 질을 확실하게 추구하면서 시장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한 예로 제작비 약 1000억원을 들여 만든 드라마 '파친코'는 지난 3월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호평받았고, 영화 '코다'는 같은 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에미상 후보에 오른 애플TV+ 콘텐츠 수는 작년 34개에서 올해 52개로 늘었다.
2022년 1~9월 전 세계 주요 OTT 서비스 점유율 변화 추이. [자료 출처 = 저스트워치]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올랐다. OTT 통합 플랫폼 저스트워치에 따르면 5% 수준이었던 애플TV+의 점유율은 올해 3분기 7%까지 올랐다. 수치 자체는 여전히 적지만,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의 점유율이 줄거나 부침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한 셈이다.해외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최근 몇 년 동안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유입되면서 넷플릭스와 프라임비디오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애플TV+는 현재 전 세계 시장 점유율 6%를 넘어섰지만, 경쟁 업체는 계속 가입자를 잃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 계정 공유 시 1000원...가격경쟁력 줄면 이탈 가능성도
한편 이번 구독료 인상으로 가격 압박을 받은 구독자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애플TV+의 장점 중 하나가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 월 구독료가 6500원으로 넷플릭스 베이직 요금제(9500원)보다 싸다. 본인 포함 최대 6명의 가족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개인 부담금은 1000원 수준이다.
넷플릭스 역시 올해 3월부터 스탠다드,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각각 1500원, 2500원씩 올렸지만, 애플TV+와는 상황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이미 OTT 서비스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다. 볼 사람은 다 보고 있어서 성장성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이탈을 감수하더라도 구독료를 올려야 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반면 후발 주자인 애플TV+는 구독자 이탈이 뼈아프다. 이미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애플 기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어 새 구독자 유입이 어려운데다 앞으로 향후 선보일 콘텐츠의 질이 가격 부담을 느낀 구독자를 잡아둘 만큼 매력적인지도 알 수 없다. 한 애플TV+ 구독자는 "개별 콘텐츠의 내용과 기술적인 부분은 훌륭하다"라면서도 "가족 공유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구독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일각에서는 이번 구독료 인상이 다른 사업 분야의 매출 하락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CNN은 "애플은 아이폰 판매 증가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구독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이번 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얼마를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 OTT 시장에서 입지가 좁은 애플이 점유율을 고려해 구독료를 동결하거나 현재 높은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낮은 인상을 단행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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