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연결하는 험한 세상의 다리였다.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여망에 순응한 진정한 거인"이라고 말했다.
작년엔 대선 와중에 민심 눈치를 살피면서 적극적으로 업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지 못했는 데 1년 만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톤이 확 달라진 모습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 노태우 대통령 묘역에서 진행된 노태우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서 6.29 민주화 선언, 북방정책, 200만 호 주택 건설 등 노태우 정부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역사도 노 대통령의 업적을 보다 따뜻한 눈과 냉철한 가슴으로 제대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당시 여당 지도부는 노 전 대통령 업적에 대해 공개적인 평가를 자제하는 눈치였다. 광주·전남 등 지역에서 '국가장'에 반발하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당시 당대표가 영결식에 참석하고 여권의 조문도 있었지만 공개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표심눈치를 보면서 쉬쉬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날 1년만에 여권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은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간파하고, 시대의 흐름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면서 "오늘의 남북한 관계는 최악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그 혜안과 열정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통일 한국 성취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200만 호 주택건설', 즉 1기 신도시 건설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노 전 대통령은 큰 족적을 남겼다. 극도의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추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기여한 대통령의 공로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국립묘지에 모셔야 했다고 저는 생각한다. 아쉬움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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