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확진된 13개월 영아에게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모른 척한 간호사 3명이 구속됐습니다.
26일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제주대병원 수간호사 등 간호사 3명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입니다.
이들은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13개월 영아 고(故) 강유림 양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하고, 의료 기록 일부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의사는 강유림 양에게 응급처치제인 에피네프린 5mg을 호흡기 방식으로 투약할 것을 지시했지만, 간호사 A씨는 아이의 혈관에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투약했습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 박동수 증가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입니다.
영아에게 정맥 주사를 통해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땐 적정량이 0.1mg이지만 호흡기 방식으로 투여할 것을 지시했던 5mg을 그대로 투여했는데, 이는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양입니다.
이후 강유림 양은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습니다.
A씨는 또 다른 간호사 B씨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지만 B씨는 즉각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다른 간호사 C씨는 환자 상태를 공유할 목적으로 쓰는 의료기록지 내용을 수정,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족은 아이의 장례가 모두 끝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유족은 제주대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금 1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경찰은 간호사들이 약물 투여로 인한 심각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에 유기치사 혐의까지 더해 구속된 간호사들을 상대로 수사 중입니다.
한편, 제주대병원은 지난 5월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께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투약 오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왜 집행부에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곧바로 보고되지 않았는지, 담당 간호사가 정맥 주사를 놓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