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물질인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며 거짓·과장 광고한 애경산업, SK케미칼, SK디스커버리 등 3개 회사가 뒤늦게 시정명령과 1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고, 각 법인과 애경 안용찬 전 대표이사,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두 회사에는 재발 방지 시정명령과 제재 사실 공표 명령, 광고 삭제 요청 명령도 부과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경과 SK케미칼에 관련 매출액의 2%(표시광고법상 과징금 한도)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되, 2018년 애경 등을 제재할 때 이번 사건을 병합 심사했더라면 과징금이 감경됐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10% 감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16년 공정위에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신문기사 3건이 거짓·과장광고라고 신고된 건에 대해 공정위가 시효만료를 이유로 무혐의 처리한 것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한데 대한 후속조치다. 공정위는 당시 가습기 메이트 라벨, 애경산업의 홈페이지 광고, 유공(SK케미칼의 전신회사)의 지면 신문광고, SK그룹 사보기사, 인터넷 신문기사 3건에 대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표현이 들어가 문제라는 취지의 신고를 받았지만 해당기사가 2005년 10월에 집중돼 처분시효인 5년이 지났다며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 절차를 밟은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이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거짓·과장된 내용으로 광고했다고 판단했다. 양사가 CMIT/MIT 성분을 포함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상호 협의로 개발해 2002년(솔잎향)과 2005년(라벤더향)에 각각 출시하면서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의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 같은 내용이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는데, 당시 해당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었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안전성 근거로 주장된 서울대 실험보고서에서도 유해 가능성이 확인됐고,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흡입·섭취 시 피부점막 및 체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LD50'(공기 중에 0.33㎎/L 상태로 4시간 노출되면 실험용 쥐의 50%가 사망한다는 의미)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고발로 애경과 SK케미칼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가습기살균제 부당 광고 혐의로 두 기업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4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상품 수거 등 시정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위법 상태가 계속된다고 판시한 만큼, 이번에는 검찰의 판단도 달라질 것이란 해설이다.
애경과 SK케미칼은 2011년 8월부터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제품 수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3∼2017년에도 제품이 유통되거나 소매점에 진열된 바 있고, 2017년 10월 31일에도 제품 구매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를 토대로 5년의 처분 시효가 최소 이달 30일까지는 유지된다고 봤다. 검찰이 공정위와 같은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이달 30일까지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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