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가에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기체감지수가 20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의 업황 B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빠진 76을 기록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로, 2021년 2월(76) 이후 최저치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수치화한 지표다.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판단한 기업이 그렇지 않다고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지표는 2003년 통계 작성 후 100을 넘은 적이 없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감소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제품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 소비자물가 상승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한때 1444.2원을 기록하며 올해 장중 연고점(1442.2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체감 경기 하락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제조업 BSI는 전월대비 2포인트 하락한 72를 기록하며 2020년 9월 이후 2년 1개월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은 75로 5포인트 떨어졌다. 반도체 수요가 위축돼 재고가 늘어나고 매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제품은 9포인트 떨어진 54로 나타났다. 제품 스프레드(판매가격-원가)가 축소되고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고무·플라스틱 분야도 건설 등 전방산업 업황이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이 올라 9포인트 빠졌다.
기타 제조업분야는 전월(71)대비 14포인트 빠진 57로 조사됐는데, 귀금속과 장신구, 게임기 등 비필수재를 찾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비제조업도 2포인트 하락해 79로 조사됐다. 작년 9월(79) 이후 13개월만에 가장 낮다. 주택시장이 둔화되고 신규수주가 감소되는 등 악재가 많은 부동산업은 1년 4개월만에 최저치인 67을 기록했다. 전월대비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정보통신업은 10포인트 떨어졌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업체들은 경쟁이 심화돼 신규 가입자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게임산업은 방학이 끝나 체감수요가 하락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
내달 업황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11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76이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은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내린 73, 78로 조사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를 반영한 9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대비 2.5포인트 하락한 95.5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8일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2786개 기업(제조업 1657개·비제조업 1129개)이 설문에 답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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